검찰 '국감 뒤 술자리'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 호텔바 여주인 및 목격자 증언=22일 당시 현장을 목격한 P제약회사 전무 이모(39)씨는 26일 오전 기자와 만나 "한 검찰간부가 술자리가 끝날 무렵 계산대 앞에서 호텔바 여주인인 현모(31)씨에게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 간부가 현씨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혀 대구지검 정선태 1차장이란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때 같은 고향 출신인 현씨의 직장상사이기도 했으며, 이 인연으로 최근 개업한 현씨 술집을 찾았다. 이씨는 국회의원 등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바 스탠드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국회의원.검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검찰의 다른 간부가 전화를 해와 알고 있는 사실을 모두 이야기했다"면서 "나한테 전화 한 간부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놓았고 조사가 이뤄지면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현씨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차장에게서 여자에게 더 이상의 극한 말이 없을 정도의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현씨는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에 대해서는 "'씨×'외에 욕이라면 욕이랄 수 있는 말을 술자리 중간에 2~3번 더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심경이 정리되는 대로 변호사를 대동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을 밝히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지금 조사대상자가 돼 있어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성희롱 등 구체적 발언 내용은)기억도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부 방침에 따라 소명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영제 대구고검장은 26일 "정확한 상황보고를 들은 뒤 진상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정 차장을 비롯, 호텔바 여주인 현씨와 종업원 2명, 목격자 이씨 등 10여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진상조사 뒤 징계 등 처리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 법사위원장 사과=열린우리당은 26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에 대해 윤리특위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주 의원에 대한 제소는 '윤리심사안' 형식이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피감기관으로부터 술자리를 제공받은 것에 대한 적절성 여부도 심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경위야 어떻든간에 피감기관과 술자리를 했다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며 "당 차원에서 이 사실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법사위의 최연희 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이 피감 기관과 술자리를 가진 것은 유감"이라며 "앞으로 부적절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강주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