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신인 그룹이냐고요, 청년 창업가 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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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 그게 바로 삶의 질을 결정짓는 거 아니겠어요.

-드라마 ‘미생’에서 신입사원 한석율이 계약직 장그래에게.

KAIST 박사과정 박민준·이지영·이동일씨는 2013년 학내 창업동아리 두잇나우(Do It Now)를 만들었다. 태양열과 태양광을 동시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태양전지패널 개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AIST 기계공학동 건물 옥상은 이들이 개발과 수정을 거듭하는 실험실이다. 이런 아이디어로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창업 관련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했다.

12만TW(테라와트).

태양에너지가 1시간 동안 대기를 통과해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총량이다. 1TW는 1조W를 뜻한다. 원전 1기가 1년 동안 생산하는 발전량이 100만kW니, 원전 1000만기가 12년 동안 생산할 전기 양을 태양이 1시간 만에 쏟아놓는다는 의미다. 많은 과학자가 태양력을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데 매달리는 이유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학생들이 있다. KAIST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동일(28)·박민준(33)·이지영(25)씨가 학교 지원금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아이디어기술창업 지원사업 공모전에 입상한 상금 등 3000만원을 모아 2013년 만든 학내 창업동아리 두잇나우(Do it now)다. KAIST 기계공학동 건물 옥상 한켠에 태양력을 끌어모을 패널을 설치하고 날마다 실험을 하고 있다. 옥상 위 창고는 연구실이다. 10㎡(3평)도 채 안되는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모여 앉아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재료를 가져다 패널을 조립하기도 한다.

심심하면 생활 용품을 개조해 발명품을 만든다. 이동일씨가 최근 개발한 건 주변 밝기에 따라 조도가 자동 조절되는 ‘피난구 표시등’이다. “건물마다 비상구 입구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표시등이 켜있잖아요. 대낮에는 표시등 밝기를 낮추고 어두울 때는 좀 더 밝아지는 제품으로 개조한 거예요.”

간단한 아이디어만 접목했는데 에너지 절감 효과는 상당했다. 사업화를 해볼 생각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제약에 발목을 잡혔다. “피난구 표시등 밝기는 항상 일정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있더라고요. 많이 아쉬워요.”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태양에너지 집적 패널 상품화는 좀 더 정교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기술력의 차별화는 기본이다. “기존 제품은 태양광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태양열을 이용하는 방식이에요. 우리가 만든 패널은 태양광과 태양열을 동시에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라 효율이 훨씬 높아요.”

현재 실효성을 최종 검증하고 있다. “가정용 에너지로 전환하는 건 검증을 마쳤어요. 지금은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농가에서 실제 활용이 가능한지 충남대와 함께 최종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이 실험만 끝나면 2015년엔 농협을 통해 전국 비닐하우스 농가에 두잇나우가 만든 태양에너지 패널을 설치하기로 협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올해 드디어 지난 2년여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개발비로 총 2000만원이 들었지만 비닐하우스 패널 공급만으로 3000만원의 월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이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이유는 뭘까. “내 아이디어와 내 손으로 세상에 뛰어들고 싶었어요. 회사에 나를 맞추려고 노력할 시간에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직접 만들고, 사업화하며 온몸으로 부딪쳐보고 싶었죠. 아직 번 돈은 한푼도 없지만 곧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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