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범죄나 비극에 무관심한 미국사회「집단추행」술마시며 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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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사회의 폭력성은 이미 잘 알려져있지만 그런 미국기준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갖가지 사건이 최근에 일어나 미국인들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한사건은 지난4일 앨라배마주 잭슨빌에서 일어났다.
37세의「앤드루즈」란 한실직자가 술에 취해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TV기자 2명이 말릴생각은 않고 그대로 촬영하다가 그가 중화상을 입게된 사건이다.
그는 미리 TV 방송국에 자기 계획을 전하고 그 장면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카메라팀이 도착하자 기자들이 비춰주는 조명앞에서 자기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그어댔다.
그러나 불길이 온몸으로 번지자 그는『불을 꺼달라』 고소리치며 광장으로 뛰어나갔다.
두 기자는 그때까지 촬영만 하다가 그 외침을 듣고야 불을 끄려했지만 그때는 이미「앤드루즈」가 2도 내지 3도의 중화상을 입은 뒤였다.
미국의 여러 신문들은 이 사건을 크게 싣고 기자는 사건의 참여자인가, 방관자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을 제기했다.
뉴욕 타임즈지는 이 기사를 1면에 크게 싣고 사실을 통해 이 장면을 찍은 TV기자들은 『비극의 목격자인 동시에 그 비극의 무대감독이었다』 고 비난했다.
주위 사람들의 방관으로 일어나게 내버려둔 사건이란 점에서 이와 비슷한 사전이 최근 매사추세즈주 뉴베드퍼드란 시골도시에서 일어났다.
지난6일 21세의 한 여인은 담배를 사러 이곳 술집에 들어갔다가 4명의 남자에게 윤간을 당했다.
놀라운 사실은 2시간동안이나 계속된 강간행위중 그 술집안에는 15명의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있었다는점이다.
이들은 말리기는 커녕 당구대 위에서 행해지고있는 강간행위를 보면서 요란스럽게「성원」까지 보냈다고 그곳 신문은 보도하고있다.
경찰조서는『말려달라고 몇번이나 울면서 애원했지만 아무도 나서주지않았다』 는 그녀의 자술을 기록하고있다.
이 사건은 64년 뉴욕에서 일어났던 악명높은「키티」양사건을 상기시키고 있다.
「키티」양은 그때 35분동안 괴한에 의해 길거리에 끌려다니며 칼을 맞았는데 그녀가 고통에 못이겨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 38명이나 되었는데도 아무도 말리려들지않았다.
윤간사건이 알려지자 그곳시민들은 촛불행진을 벌여 범죄를 방관한자들에 대한 항의를 했고 각신문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방관만하는 요즘 미국인들의 세태를 개탄했다.
【워싱턴=장두성툭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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