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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짝쿵짝 10년 … 스카 리듬이 운명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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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밴드 ‘킹스턴루디스카’. 왼쪽부터 서재하(기타), 오정석(트럼펫), 최철욱(트럼본), 배선용(트럼펫), 슈가석율(보컬), 성낙원(색소폰), 김대민(드럼), 임채선(키보드), 손형식(베이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밴드 ‘킹스턴루디스카’의 10년은 곧 한국 스카 10년의 역사다. 2004년 국내 유일의 스카 밴드로 시작해, 현재 수많은 스카·레게팀의 버팀목이 되기까지 이들은 느리지만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뎌왔다. 최근 발표한 4집 ‘에브리데이 피플’은 지난 10년을 갈무리하면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앨범이다. 여전히 스카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벅차다는 9명의 멤버를 서울 연희동 합주실에서 만났다.

 “10년 동안 기다린 사운드가 담겼어요. 맨얼굴이 예쁜, 그래서 질리지 않을 음반이라고 할까요.”

 킹스턴루디스카의 리더 최철욱(트럼본)은 새 앨범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들은 1950~60년대 자메이카 스카의 원초적인 사운드로 돌아갔다. 한 대의 마이크 앞에서 모든 악기가 모여 한 번에 녹음하는 방식을 택했다. 멤버들은 춘천 상상마당 스튜디오에서 12일 동안 합숙하며 자연스럽고, 날 것처럼 살아있으면서 호흡이 좋은 소리를 뽑아냈다.

 겨울에 나온 앨범인 만큼 방방 뛰는 분위기보다 중간 템포의 따뜻한 곡이 많다. 보통사람의 마음을 음악으로 보듬는 타이틀곡 ‘디깅 유어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흐느적 흐느적 팔을 휘저으며 춤추는 평화로운 풍경이 떠오른다. 슈가석율(보컬)의 말처럼 행복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노래다.

 악기의 질감과 합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연주곡도 전체 17곡 중 절반이나 된다. 그 중에서 ‘세일러스 챈트’ ‘붐 붐스 아리랑’은 각각 ‘뱃노래’와 ‘아리랑’을 모티브로 스튜디오에서 즉흥적으로 연주한 곡이다. 이 두 곡은 자메이카인의 한이 서린 스카와 한국 민요의 뿌리가 닮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번에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브라이언 딕슨과 작업을 했어요. 딕슨이 뱃노래의 ‘어기여디어차’를 듣고 울더라고요. 우리 고유의 전통음악을 스카와 결합하면 대적할 팀이 없을 거라고 동기부여를 많이 해줬어요.”(오정석-트럼펫)

 밴드는 지난해를 분기점으로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유럽 스카의 대부 ‘닥터 링딩’, 도쿄 스카밴드 ‘더 에스카르곳 마일즈’와 각각 협업 앨범을 발표했다. 일본 후쿠오카 선셋 라이브 페스티벌도 초대받아 공연을 올렸다. 오정석은 “똑같은 걸 하면 재미없다. 10년 동안 끊임없이 미션이 생겼고, 완수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10년간 비주류 장르를 하면서 부침이 왜 없었겠느냐만은 밴드를 지탱해준 건 스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다.

 “저희가 히트곡 없이 10년을 했어요. 독보적인 밴드죠. 그래서 유행을 쫓아가고 싶냐고요? 이미 무언가를 쫓는다는 표현에서 재미가 없지 않나요? 히트곡 없이 30년 가는 모습을 보여드릴게요”(웃음)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스카(ska)=1950년대 자메이카에서 태동한 음악 . 브라스밴드를 기본으로 ‘약강약강’으로 이어진 리듬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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