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평의 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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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 지역을 포함한 전국일원의 l5억여평에 대한 기준지가를 서둘러 고시키로 결정했다.
이번 절정으로 전국에 걸친 개발지역, 관광지역, 주요도시주변은 물론 개발제한지역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이 기준지가고시 대상으로 선정된 셈이다.
이번 고시에서 가장 두드려진 점은 현실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개발 제한지역이 포함된 사실이다.
원래 기준지가고시의 본뜻은 도시계획이나 공단·특정지역 개발 계획에 따른 해당지역의 지상급승을 막아 개발비용을 줄이고 개발에 따른 이유를 특정지주로부터 배제하는데 있었다.
이점에서 보면 개발이 제한된 그린벨트는 구태여 기준지가를 고시할 필요가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 투기에 제동이 걸린 뒤로는 투기자금이 점차 지역적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일원의 그린벨트지역 땅값이 심한 경우는 평당 10만원까지 뛰는 등 투기의 조짐이 강하게 일고 있다.
투기에는 예외 없다는 인상이며 투기와 억제, 투기꾼과 정부의 널뛰기를 보는 느낌조차 없지 않다.
이번의 기준지가고시만으로 그린벨트지역의 투기가 종식될지는 아직도 의문이나 적어도 정부의 마지막 카드인 토지거래허가와 수용의 근거는 마련된 셈이다.
정부는 기준지가 고시지역용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아래 땅값 변동이 심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지가를 고시해 왔으나 수도권 그린벨트에 투기가 일면서 이지역을 앞당겨 고시한 것으로 이해되다.
지가고시가 강력한 투기규제를 가능케하는 예비단계임에 비추어 수도권 그린벨트지역의 투기분위기는 크게 줄어들 것이나 이지역 투기의 패턴이 대부분 개발 제한구역이 풀린다느니, 공장이 들어선다느니 하는 식의 그린벨트 해제루머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뒤집어보면 정부의 개발 제한지역운영에 대해 확고한 신뢰가 모자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린벨트 운영은 신중히 하되 그 운영의 원칙, 해제의 논리는 명백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필요가 생긴다.
특히 공공녹지를 대규모로 개발할 부득이한 필요성이 생길 경우에도 개발이익이 특정지주에게만 귀속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이 개입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면 그린벨트 투기는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토지공개념의 부분적 도입으로 간주될 것이나 대상이 공공녹지인 만큼 재산권과의 마찰소지는 비교적 덜한 편이 될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이미 공공녹지의 개발시에는 이를 모두 공공기관이 수용, 실제 이용자와 주주들에게 분양하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의 그린벨트 지가고시도 결국은 투기의 확산을 뒤쫓는 결과가 된 셈이다.
투기의 근원을 막는 여러 경제적 조치들이 앞으로도 계속 강구돼야 할 필요성은 그대로 남아있다.
언제까지나 투기자금을 뒤쫓아가기보다는 투기의 원천을 막는 여러 종합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는 것 같다.
돈의 흐름을 더이상 비정상 상태로 방치하지 않는 자금시장 구조의 개편이 시급한 것으로 펑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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