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시제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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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통질서를 바로잡기위한 방안의 하나로 가격표시제를 확대키로 한 것은 정책적인 지원책실시여하에 따라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21일 경제기획원에서 열린「소비자보호위원회」는 대형유통업소는 내년말까지, 일정규모 이상의 넓이를 가진 소매업소는 86년까지 가격표시제를 채택하도록 결정했다.
가격표시제를 시행하는 업소에는 유통근대화자금과 세제상의 지원도 하기로 하는등 혜택을 주기로 하고있다.
가격표시제의 전면실시는 점차 늘어나는 외국관광객이나 88년 올림픽을 비롯한 대규모 국제행사에 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낙후된 시장유통구조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실현되어야할 성질의 것이다.
생산과 유통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떠받치고있는 두개의 기둥이라면, 생산구조의 고도화 못지않게 유통의 근대화가 필요하다.
이는 국민생활의 합리화를 이끌어내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격표시제는 가능한한 빨리 모든 유통업소에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근원적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골고루 이익이 돌아가도록 유통조직의 개선이 먼저 이루어지게하는 노력이 있어야한다.
모두가 알고있다시피 우리의 유통과정, 특히 기본 생활필수품인 농수산품의 유통과정은 지나친 중간단계의 개입으로 생산자나 소비자가 다같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의 일반미 가격상승현상에도 나타난 것처럼, 유통과정에서의 조작이 심했던 사례를 꼽아보면 알 것이다.
중간유통단계의 축소, 일반시장구조의 현대화가 미진한채, 최종소비단계에서만 가격표시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소비자부담의 증가를 결과하기가 십상이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유통조직의 근대화를 기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오랫동안 젖어온 상관습,또는 재래식시장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단시일에 유통혁명을 일으키기가 어렵다는 사정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우선 계절상품에 대한 중간상의 개입을 배제하고 농·수협을 롱한 계통출하를 늘리는 작업에 힘을 쏟을수는 있을 것이다.
공산품및 서비스 품목의 유롱조직이나 가격안정은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데 비해 농수산물의 가격은 심한 기복을 보이고있다.
그러므로 재래식 시장을 조직화하여 대형시장으로 만들고, 저장시설을 대규모로 만들어 연중 가격평준화를 기하는 투자가 병행되어야만 가격표시제도 실효를 거둘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복잡하고 뒤띨어진 유통구조를 그대로 둔채, 가격표시제를 일부 유통업소에서만 강제한다는 것은 시장의 이동구조를 심화시킬 우려가있다.
유통조직의 근본적인 개혁이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이유에 충분히 납득이 가리라 믿는다.
가격표시제는 상거래의 질서를 세우는 동시에 물가안정도 가져오는 시책이 되어야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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