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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 투성이…세 피살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서울 강동카바레 유산균음료 독살사건과 독산동 20대 패륜아 피살사건, 그리고 팔판동 여자어린이 피살사건은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미궁을 헤매고 있다. 지난5일부터 17일까지 보름사이에 터진 이 사건들은 사건 하나하나가 독특한 성격을 지닌 채 경찰수사진을 당황케 하고 있다. 갈수록 의문점만 짙어져 가는 세사건의 수사내막을 벗겨본다.

<"누구를 왜 죽이려 했나" 불명|카바레 웨이터 독살>
서울 천호2동 강동카바레 웨이터보조 신동찬씨(25) 독살사건은 19일밤 9시쯤 극약을 탄 모 다른 유산균음료 병이 화장실 거울앞 선반에서 발견됨으로써 미스터리는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강동카바레는 김이룡 (40·명의는 부인 조영자 앞으로 돼있음)와 강부길씨(47)등 2명이 50%씩 공동투자해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을 둘러싼 원한관계와 인근 경쟁업자를 대상으로 수사중이다.
강동카바레 일대에는 모두 6개의 카바레가 있다.
이중 강동카바레가 가장 오래돼 한때 인기가 있었으나 최근 최신설비를 갖춘 카바레가 주변에 들어서면서 강동은 거의 사양길에 접어들다시피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해 경쟁대상에 끼지 못한다는 것.
경찰은 지난해12월 운영난을 이유로 사장 강모씨 (40·강부길씨 동생)를 해고했으며 최근 김씨와 강사장 간에 두달치 월급지불문제를 놓고 서로 맥주를 옷에 뿌려가며 싸움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강사장을 소환했으나 살인극까지 벌일 만큼 원한이 맺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
경찰은 또 현실에 불만을 품은 정신이상자나 춤바람으로 가정불화가 생긴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도 수사중이다. 몇년전 일본에선 공중전화박스에 독약을 넣은 음료병을 놓아둬 이를 마신 15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끝내 잡지 못했지만 사회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 부분도 뚜렷한 단서는 없다.
경찰은 범인이 처음 옷 보관소에서 일하는 김모양(20)을 노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옷 보관소는 카바레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보관소 운영이 김모씨(45·여) 진모씨(50·여)를 거쳐 지난1월 김양에게 넘겨졌다. 이중 처음 운영했던 김씨가 자신의 보증금 7백50만원을 달라며 다음 운영자 진씨와 주인 강씨 등에게 수차례 찾아왔으며 거절당하자 최근까지 정부요로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전과가 많고 김양에게 음료병을 맡겼던 여자가 김씨 또래의 40대 여자라는점 등으로 미뤄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생모·계모 양육문제로 다퉈|5세여아 살해유기>
팔판동 5세여아 김세진양 피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세진양의 양육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가정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버지 김모씨 (31·한시택시 운전사)는 계모 전모씨(29)와 80년 재혼할 당시 자녀가 없다고 속이고 결혼,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부터 세진양은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존재해왔다.
경찰조사에서도 세진이가 계모로부터 천대를 받아왔고 종종 경기 (간질의 일종)를 일으켜 가족들이 귀찮게 여겨왔으며 이혼한 생모도 재혼에 방해가 된다며 양육을 거절, 큰 고민거리 였음이 밝혀졌다.
다음은 김씨의 진술-. 아내(전씨)는 『세진이가 꼴도보기 싫다』고 했다. 나는 지난2월초 세진이를 서울역 앞 벤치에 놔두고 잠적했다. 누군가 데려가거나 세진이가 혼자 어디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얼마 후 그 자리에 와보니 그때까지 세진이는 울고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아빠』하며 목에 달라붙는 것이었다. 순간 숨었던 부정(부정)이 왈칵 솟아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왔다.
경찰은 김씨의 이와같은 진술을 토대로 살인의 과정까지를 추궁했으나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어 수사는 답보상태에 있다. 거짓말탐지기를 시험해 보았으나 별다른 반응이 안 나타나 경찰을 더욱 애태우고 있다.
경찰이 이 사건의 시나리오가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시체발견 장소의 특성 때문.
세진양의 시체가 유기된 곳은 삼청터널에서 3백m쯤 떨어진 성북동 고급주택가 길옆 블록 담 밑으로 이곳은 특수경비 외곽지역으로 평소 걸어서 다닐 수가 없는 곳이다.
범인은 다른 장소에서 세진양을 목졸라 죽인 후 차량으로 심야에 이곳으로 운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시체 부검결과 세진양이 숨진 시간은 14일 밤부터 15일 새벽사이. 집앞 가게에서 30대 여자에게 끌려갔다는 목격자가 있었고 당일 피살된 것이다.
세진양의 아랫배의 상처형태로 보아 손 또는 다른 기구를 이용한 흔적을 남긴 것으로 여겨져 추행을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와함께 이 사건이 청부살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종당시 세진양을 데리고 간 30대 여자가 세진양과 관련된 인물로부터 세진양을 어떤 장소로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또다른 제3의 인물에게 세진양을 넘겼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세진양의 시체가 발견될 당시 오른쪽 발에만 슬리퍼가 신겨져 있어 경찰은 왼쪽 슬리퍼를 찾기 위해 공원쓰레기통 등을 뒤지고 있다.
이 슬리퍼는 「반리화학」제품으로 연보라색 여름용.
범인은 세진양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죽인 후 차량으로 운반할 당시 왼쪽슬리퍼가 벗겨진 것을 몰랐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

<외부침입 흔적 없어 미궁에|20대청년 변사사건>
당산동 연립주택 20대청년 피살사건은 21일로 발생16일째, 이 사건은 외부소행이냐 내부소행이냐가 수사의 초점.
경찰은 ▲피해품이 없고 ▲외부침입 흔적이 없으며 ▲살해수법이 잔인하고 ▲숨진 김진태씨(24)가 평소 가족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받아온점 등으로 미루어 원한에 의한 면식범의 계획범행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범인이 「주변인물」이라는 확신만 갈뿐 이렇다할 수사진전을 못보고 있다.
김씨는 왼쪽 눈 부분과 오른쪽 눈위 등 8군데에 둔기로 맞은 채 스펀지 요위에 담요를 목까지 덥고 반듯이 누워 숨져있었고 방문이 안으로 잠겨져 있었다.
김씨는 4일이 생일로 밤8시30분쯤 신촌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밤10시30분쯤 집으로 돌아왔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매월4만원씩 용돈을 주는 어머니 조모씨에게 용돈을 더 달라며 행패를 부리다 전화기와 안방 장롱문을 부수는 등 성격이 거칠고 포악해 가족들 사이에 골칫거리 였다는 것.
그러나 경찰은 아무리 패륜아라도 가족이 살해할 만큼 절박했을까에 대해 의문을 갖고있다.
그러나 외부의 소행이라면 방안에 금품이나 고가의 재물이 없고 출입문에서 가장 먼 구석방을 택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김씨의 사망추정시간인 새벽1시 전후에 안방에는 누나(25) 동생(16) 사촌누이(19), 공부방에는 또 다른 동생 (21·단국대 일어과2년 휴학중)이 잠을자고 있었으나 인기척은 전혀 듣지 못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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