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베를린마라톤 우리도 달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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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습 중 전력 질주하고 있는 문정훈(맨오른쪽) 선수와 박정호 선수(오른쪽에서 둘째). [연합뉴스]

"이봉주도 가고, 우리도 간다."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제 32회 베를린마라톤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선수와 함께 휠체어 마라토너인 박정호(33).문정훈(26) 선수가 참가한다. 서울북부장애인복지관 휠체어 마라톤팀 소속인 두 선수는 "휠체어 마라톤에서 3위 안에 입상해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하며 22일 출국했다.

베를린마라톤은 보스톤마라톤, 런던마라톤과 함께 세계 3대 마라톤대회로 꼽히며 2003년 이 대회에서 폴 터갓(케냐)이 세계 기록(2시간4분55초)을 세우기도 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고 2 때 처음으로 휠체어를 탔다는 문 선수는 국내 휠체어 마라톤 1인자다. 1998년 방콕 장애인아시안게임 단거리 3관왕, 2000년 시드니 장애인올림픽 400m 금메달리스트로 지난해 서울 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꿨다.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국내 1위, 국제 13위의 성적을 거뒀다. 문 선수는 "마라톤이 단거리보다 힘은 많이 들지만 운동을 하면서 생각할 시간도 많고 더 짜릿하다"고 했다. 문 선수의 최고 기록은 1시간44분26초로 베를린마라톤에서는 1시간 30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호 선수는 척수장애인. 1년 전부터 문 선수의 지도를 받으며 휠체어 마라톤을 시작했다. "지난해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정훈이의 도움과 격려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함께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휠체어 마라톤 선수들에게는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외국의 유명 마라톤 대회에서는 휠체어 마라톤이 함께 치뤄지는데 국내에서는 '안전' 등을 이유로 시행되지 않는다.

북부복지관 휠체어마라톤팀 김동인 감독은 "선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는 휠체어 마라토너들이 함께 참가한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비장애 선수들보다 3분 먼저 출발해 같은 경주로를 달리는데 관중들이 진짜 열심히 응원해 준다"고 말했다.

문 선수는 "여건만 조성된다면 머지않아 휠체어 마라톤에서도 황영조.이봉주 선수 같은 국민 영웅이 등장하리라 확신한다"며 활짝 웃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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