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후죽순 관광지 개발 혈세만 낭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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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 사업이 제대로 된 밑그림 없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우후죽순식으로 추진되면서 부실한 사업 계획과 중복 투자 등으로 예산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남해안 관광벨트에 대한 이 같은 조사 내용을 국회 문광위에 제출하고 문화관광부가 관광지 개발에 대한 사업성 검토나 지자체 간의 사전 조율 등에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64개에 달하는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 사업에는 국고 5188억원, 지방비 6609억원, 민자 2조9658억원 등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사업 계획으로 비슷한 시설이 곳곳에 경쟁적으로 건설되고 있거나, 사전에 사업성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완공되고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무분별한 개발 사업은 비단 남해안 관광사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업도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J프로젝트, S프로젝트 등 국토종합계획에 기초하지 않은 각종 개발 계획이 추진되면서 전국 곳곳에 수십 개의 골프장 건설이 예정되는 등 온 국토가 개발 열풍에 휩싸이고 있는 상태다. 도대체 전국에 몇 개 정도의 골프장이 건설될 것인지, 어디에 어떤 관광시설이 들어갈 것인지를 중앙 정부가 종합적으로 확실하게 추정조차 못하고 있을 정도다.

지역 균형발전도 중요하고 앞으로의 먹거리로 관광산업 개발도 긴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이 큰 밑그림 없이 각 지자체 형편대로 졸속 추진되는 개발 사업은 오히려 국토의 잠재력을 훼손하고 환경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다. 각종 개발 계획을 위한 밑그림을 제대로 그린 뒤 철저한 타당성 검토와 경제성 분석을 거친 뒤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또 개발된 관광지의 경우에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엄격한 사후 관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