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의 문건수사 과연 정성을 다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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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경위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로 박관천 경정을 3일 구속기소한다. 검찰은 박 경정의 직속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5일 불구속기소하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 달가량 이뤄진 검찰 수사 내용을 정리하면 출세욕에 사로잡힌 박 경정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문건을 작성하는 바람에 조 전 비서관과 박지만 EG 회장, 일부 언론사까지 휘둘리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이유는 각종 선거 때 대구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정치적 야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문건에 나오는 십상시(十常侍)의 비밀회동은 실체가 없었으며 따라서 문건에 적시된 당사자들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허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경우 “형식적 법논리에 근거해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청와대의 ‘하명수사’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도 정씨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특히 “대통령이 승마협회를 관리하던 문체부 국·과장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주장과 함께 제기된 정씨 부부 개입 의혹에는 제대로 수사하려는 의지조차 있었는지 궁금하다. 검찰이 민감한 대목에 팔짱을 끼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우리 사회를 결코 납득시킬 수 없다. 여기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자살한 최모 경찰관과 가족들이 민정수석실의 사건 개입을 주장했는데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유감스럽다.

 마침 김진태 검찰총장이 신년사에서 “정성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중용(中庸)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얼마만큼의 정성을 쏟았을까. 검찰 발표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