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혁신 이루려면 소통하는 리더십부터 보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국가 혁신을 올해의 화두로 던졌다. 5부 요인과 여야 대표, 경제단체장 등 200여 명의 지도급 인사와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와 한반도 통일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를 위해 “과거에 국가를 발전시키려 도로와 다리·항만을 건설했던 것처럼 이제는 보이지 않는 제도와 관행,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새롭게 바꿔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입법부·사법부·지자체·경제계 등 국정의 주체들이 손발을 맞춰 앞장서 노력하고 헌신할 때 국민의 삶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국가 혁신과 개혁은 대통령 혼자 힘으로 해 나갈 수 없다. 온 국민이 결집해 한 방향으로 똘똘 뭉쳐 나갈 때 국민소득 3만 달러도, 통일 시대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여야, 진보와 보수를 넘어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하고 국정의 각 주체들이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거듭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 스타일부터 바꾸도록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등을 겪으면서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야당은 물론 집권당 안에서도 터져 나왔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과 만나거나 토론하기보다 서면으로 보고받고 지시하는 국정 운영방식이 낳은 심각한 폐단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자주 여당 의원들과 비공개 식사자리를 갖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대통령이 여당 의원을 몇 명 더 만나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불통 이미지를 씻어 내고 무너진 신뢰를 되살리려면 집권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과의 폭넓은 소통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올해의 핵심 과제로 설정한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개혁 같은 문제는 당사자들은 물론 진영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들이다. 진보진영과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는 결실을 보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반대편을 설득하고 이해를 조정하는 일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풀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어제 신년회에서 기러기가 겨울나기를 위해 V자로 무리 지어 가는 이유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앞장서 날아가는 기러기들이 호흡을 맞춰 날갯짓을 하면 공기의 흐름이 상승기류로 바뀌어 뒤따르는 기러기들의 비행능력을 70% 이상 높여 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맨 앞의 기러기를 믿고 따라가면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게 리더십의 요체다. 이런 믿음과 확신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설득의 리더십으로 푸는 방법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어머님·누님같이 모두를 안고 가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건의했다. 야당도 대통령이 손 내밀기를 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 손을 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