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가짜 세금계산서로 세금 빼먹는 악성 바이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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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세청과 검찰이 지난해 적발한 가짜 세금계산서 조작 규모가 무려 5조6000억원어치에 이른다고 한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탈세 행위는 세무자료상과 실제 사업자 간의 공모로 이뤄지는 사실상의 조직범죄다. 실제 거래 사이에 유령회사가 발급한 가짜 세금계산서를 끼워 넣어 부당하게 매입세액공제를 받고 부가세와 법인세(소득세)를 탈루하는 방식이다. 그저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입세액공제를 통해 다른 국민이 낸 세금까지 빼먹는 가장 악질적인 조세포탈 행위다.

 국세청과 검찰은 세무자료상 합동단속을 통해 377건을 입건하고, 12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한다. 이들이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해 포탈한 세금은 16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세무자료상을 낀 조직적인 조세포탈 행위는 그 자체로 세수 감소요인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내국세 수입의 3분의 1에 이르는 부가가치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하는 악성 바이러스다. 실물거래를 유령화함으로써 상거래 및 징세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마저 훼손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세청과 검찰이 그동안 매년 세무자료상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였음에도 여전히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자료상과 이들과 함께 세금을 빼먹으려는 사업자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조세포탈 행위는 자료상 조직과 조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공모자의 조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단속의 그물을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국세청도 “세무자료상들이 갈수록 조직적·지능적으로 세금계산서를 세탁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세무자료상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국세청의 과세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고, 탈세 행위를 적발하는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의심스러운 세금계산서의 대조와 추적작업을 효율화하는 기법의 개발이 시급하다. 또 적발된 세무자료상은 물론 이들과 공모한 사업자들에 대한 처벌과 세금 추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감히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들거나 쓸 엄두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