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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한류' 만들고 제주도 가는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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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우현(62·사진) ㈜남이섬 대표가 남이섬에서 나왔다. ㈜남이섬은 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31일 ㈜남이섬 대표이사·사장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강 전 대표는 단순한 전문 경영인이 아니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인 그는 2001년 9월 파산 직전의 남이섬을 맡아 남이섬을 한류관광 1번지로 이끌었다. 취임 첫 해 월급이 100원이었고, 소주병을 녹여 꽃병을 만들어 파는 등 기행을 일삼아 괴짜 최고경영자(CEO)로 통했다. 상상경영·역발상경영 등 신조어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14년 동안 그는 남이섬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왜 떠나나.

 “새 캔버스를 찾아서 떠난다. 남이섬이라는 캔버스에는 더 이상 그림 그릴 데가 없다.”

 -남이섬 하면 아직도 강우현이 먼저 떠오른다.

 “아주 연을 끊은 건 아니다. 행정 절차에서 빠진 것뿐이다. 내가 없어도 남이섬에는 내 정신이 남아있을 것이다.” 강 전 대표는 1일 ㈜제주 남이섬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말하자면 본사 대표에서 계열사 대표로 바뀐 셈이다. ㈜남이섬의 새 대표이사는 남이섬에서 10년 근무한 전명준(53) 부사장이 맡았다. 사장은 공석이다.

 -2011년에도 떠난다고 했다가 주저앉았다.

 “남이섬에 들어온 지 10년째 되는 해였다. 인연이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주주의 반대가 심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남이섬은 지난해 입장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에서 외국인이 100만 명이었다. 2001년에는 1년 입장객이 30만 명이 안 됐다. 이제 남이섬은 경영과 관리에 적합한 인물이 이끌어야 한다.”

 -지난 14년을 돌아본다면.

 “내가 남이섬에 기회였다면, 내게도 남이섬은 기회였다. 직원들에게 이런 인사말을 남겼다. ‘나는 14년 동안 오늘을 기다렸다. 명예롭게 물러나는 오늘을 기다렸다. 이제 나는 또 다른 오늘을 만들러 떠난다.’”

 -앞으로 계획은.

 “회사가 제주도 한림에 마련한 약 10만 평방미터(3만 평) 면적의 땅이 새 캔버스다. 올 봄 개장이 목표인데 어떤 게 나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지난달 30일 그는 남이섬에서 열린 마지막 송년회에서 350여 명 전 직원에게 손수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족자를 선물했다. 족자마다 직원 가족의 이름을 일일이 써 넣었다. 송년회 이튿날 그는 제주도로 내려갔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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