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인회 심포지엄「시어머니의 고민」|자식들과 동거 불편하나 참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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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건전가정기능회복 10년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부인회총본부(회장 박금순) 는 제4회 건전가정 정착을 위한 심포지엄을 3일 남서울호텔에서 열었다.
이번 주제는「시어머니의 고민」.
먼저 주제발표를 한 최신덕교수(이화여대·사회학)는『우리 전통사회에서 시어머니의 위치는 가장의 배우자로 가계를 이을 남아(며느리의 남편)를 출산, 양육했으며 조상제례를 비롯한 모든 가내통솔을 유지해온 모권적 중심인물이었으나, 해방이후 서구문화의 전파 및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변화는 핵가족체제로 전환을 가져와 종래의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주종의 경로사상이 퇴색, 오늘날 시어머니는 전통적 가치관에 의한 기대와 현실적인 권위위축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는 시어머니의 주요고민은 ▲동거 ▲가정안에서의 주도권 행사 ▲역할등 세가지.
81년 현재 기혼의 아들부부와 동거하는 시어머니는 54·7%. 조사연구에 의하면 시어머니의 60·5%가 동거를 희망하나 며느리 측에서는 29·6%만이 동거를 희망할 뿐이다. 특히 지방보다는 도시, 생활수준이 하층인 가정의 며느리일수록 별거를 원하며, 미혼의 여대생들도 동거(21·6%)보다는 별거(73·8%)를 원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 원하지 않는 식구속에 부득이 들어가 살아야하는 시어머니 신세가 될 때 문제는 심각하다.
주도권 행사를 반증하는 안방사용의 경우 시어머니가 59·1%, 며느리가 40· 9%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40·9%가 결혼초부터 안방을 물려받고 있어 첫애를 낳기도전에 며느리에게 밀려나는(?)형편이다. 돈관리에 있어서도 며느리가 담당하는 쪽이 60·6%인대 비해 시어머니측은 26·1%에 불과, 주도권행사에서 열세를 면치못하고있다.
집안일에 있어서 시어머니의 역할 역시 제사와같은 큰일을 주도하는것 외에는 손자돌보는 일이 거의 전부다.
따라서 시어머니의 불만은「시부모 모시는 일에 소홀하다」「형제나 친척간의 우애를 소홀히한다」「남편에게 버릇없이 함부로 행동한다」「매사에 의논하는 일이 거의 없다」등이 주요인으로 되고있다는 것.
그러나 시어머니들은 그들의 불만을「혼자 속으로 참고」지내기가 대부분이며「며느리와 마주치기를 피하거나」「시집간 딸이나 다른 아들집에 다니러가는」등 소극적인 표현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며느리와 불화가 생겼을 때 대개의 시어머니는 배우자를 의논 상대자로 택하며, 다음이 딸·친구·친정여자형제·동거중인 아들등을 선택하지만 배우자나 아들은 되도록 관여하지 않거나 중간입장에 서려고하며 딸만이 어머니를 두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오늘날 가장 심각한 시어머니의 문제를「배우자가 없고 빈곤한 가정의 시어머니」로 규정짓고, 이의 해결을 위해 시어머니는「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더 복이 있다」는 입장에서「내가 무엇을 줄수 있을까」를 모색하며, 동시에 초월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며느리는「자신도 늙어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시어머니를 이해하려는 입장을 지켜나갈것과 아울러 정부는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에겐 국가적인 보조 또는 면세조치를 강구하며, 국민복지연금제 실시와 함께 노인취업알선을 위한 노인능력은행설치를 제안했다.
한편 이자리에서는 농촌지역 시어머니 2백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발표되었는뎨, 아들내외와 함께사는 경우가 대부분(62·0%)으로 농촌가정에서는 부모를 장남이 모신다는 통념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만이 따로 사는 경우는 38·1%를 차지했 데, 이는 자녀의 입장에서 판단하여 별거를 택한 경우가 많았다.
동거중인 시어머니의 경우 고부간의 불편은「생각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 가장 많았으나 전체적으로 별거측보다는 동거측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용돈의 해결은 50대의 77·8%, 60대의 43·8%, 70대의 35·9%가 스스로 해결하고 있으며 대부분 자녀와 종교생활에 쓰고 있다.
농촌시어머니들은 며느리를 포함한 자녀들이 갖는 관심과 공경심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96·6%)하고 있어 특기할만하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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