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평가」의 공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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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지난 해 이래 많은 논란을 빚어 온 국가고시에의 교수평가 반영제를 올해부터 실시키로 결정했다.
우리는 이제도가 현재의 교육환경이나 현실적 여건에 비추어 다소의 무리가 따를 것으로 우려,신중한 결정을 권고한바있다.
이 같은 중요한 쟁안의 결정은 충분한 연구와 준비를 거치도록 시한에 구애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서둘러 실시를 확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우기 이런류의 제도변경은 단순한 법령이나 규칙의 개정이상으로 신중해야 될 이유는 그것이 국가행정의 기간요원을 선발하는 시험제도의 변경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험제도의 속성이 그렇지만 특히 국가시험제의 변경은 고등교육의 전 과정에 광범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아무리 신중해도 늦지 않다.
국가시험에서 교수평가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지 않고도 원칙론에서 반대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행정을 다루게 될 중견 공무원의 선발이 단순한 전공분야의 통달여부에만 의존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그럴 법하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현행 필기시험위주의 선발제도로 인한 대학교육의 편의현장을 우려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국가고시에 전인격평가제를 도입해보자는 시도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전인격평가의 시도가 교수추천제의 즉각 도입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이미 각계에서 지적한대로 교수추천제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학교육환경에 비추어 아무래도 공정성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대학교육의 질적 정상화가 아직도 요원하고 시설, 대학인력의 지역별, 학교별, 심지어는 전공별 편차가 격심한 현실에서 과연 공정한 상대평가, 특히 전인적 인격평가가 가능할 것인가에는 아직도 많은 의문이 남는다. 가장 기본적인 대학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환경을 도의시하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교육평가제를 상정한다면 상당한 무리와 부작용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논란의 초점이 되었던 지도교수의 절대평가가 대학에 따라서는 나쁘게 이용될 소지가 없지 않아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없지 않다. 물론 이 같은 우려가 대학의 양식에 따라 기우에 그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그러나 현재도 과열된 학교간 경쟁의식으로 보아 반드시 기우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사람의 인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국가관이나 창의력 등의 기준을 어떻게 선정해야할 것인지에도 어떤 합의된 객관성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국가고시의 전인격평가제도입을 현실의 여건과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학간의 질적 격차라는 현실을 함께 고려하면서 우선은 그 반영비율을 낮게 잡아 시험적으로 운영해볼 것을 권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결정한 추천 반영율 30%를 더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미흡한 부분이 남는다면 실제 임용과정에서 얼마든지 보관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고시제가 임용시험이 아닌 자격고시이므로 이런 사후적 보완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역시 대학교육을 거치지 않은 수험생의 경우인데 이 경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보완책을 충분히 마련해 두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우리는 이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이장이나 명분에 치우쳐 운영되기보다는 가능한 부작용을 줄이면서 당분간 시범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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