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합의, 그 후 20년] 미·일, 양쪽 다 재미 못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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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가치를 대폭 떨어뜨린 플라자합의가 오는 22일로 20주년을 맞는다. 당시 미국은 일본 상품이 너무 값이 싸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러 가치를 대폭 떨어뜨렸으나 아직까지 적자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복병으로 떠오르면서 미국은 중국과도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 환율 탓하는 미국=플라자합의는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선진 5개국 재무장관(G5)이 만나 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린 환율조정 조치였다. 이로 인해 87년말까지 2년여만에 달러는 260엔대에서 123.33엔으로 떨어졌다. 20년이 지났지만 미국은 표적을 일본 엔화에서 중국 위안화로 바꾸었을 뿐 여전히 경제 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평가된 달러 가치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를 5~10% 절상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임기영 교수는 "미국이 플라자합의 이후에도 환율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이번에는 중국을 표적으로 달러 가치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경제체질 못바꿔=미국은 플라자합의로 달러 가치를 낮춤으로써 수입 장벽을 높이고, 수출 여건을 개선했지만 무역수지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일본 제품 수입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는 환율 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기업의 낮은 경쟁력 등 고질적인 경제 체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승철 국제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지출 확대로 재정적자가 늘어나면 대외적으로는 경상적자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 일본도 후유증=일본은 플라자 합의이후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자 수출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기술혁신을 통해 고부가가치.고품질의 자본재 수출을 크게 늘렸다. 덕분에 엔화 강세에도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됐다. 엔화가 강세가 되면서 국민소득도 급격히 늘었다.

이처럼 넘치는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과열되는 바람에 거품 경제의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일본 정부는 플라자합의 직후 엔화 강세에 따른 불황에 대비해 과도하게 낮췄던 금리를 급격히 올려 거품 제거에 나섰지만 후유증이 컸다. 한껏 부풀어 올랐던 자산가격이 급격히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10년이 넘게 불황에 허덕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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