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축구팀 골게터 CF 구한식| 평점 0·002부족 제적| 교련결강이 주인…대학선수 중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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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0년이래 그라운드에 돌풍을 일으키기 일쑤였던 모범적인 면학의 서울대축구팀이 비탄에 빠져있다.
최고의 골 게터였던 센터포워드 구한식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3학년 진학을 앞둔 구한식은 이번 학기말 학점이 불과 0.002점 모자라 제적되는 불행을 당한 것이다.
축구팀 선수들은 물론 박경호 코치나 체육학과학생들은 서울대 축구를 빛내던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0.002점 미달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제적된다는 것은 너무나 비정한 조처라고 안타까워했으나 속수무책-.
더구나 구한식은 일반학과 점수는 괜찮았으나 대회출전관계로 교련과목에 결강이 많았던 것이 학점미달의 원인이어서 박경호 코치는 『오로지 나의 불찰이었다』고 가슴을 쳤다.
국내 대학 선수들 중 학점미달을 이유로 제적된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며 서울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모든 대학들은 체육특기자들에 대해 학점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것이 통례다.
서울대축구팀은 상오 강의를 받고 곧장 경기장으로 달려가 경기에 출전한 후 다시 하오 강의에 참석할 정도로 공부하는 팀으로 소문나 있으며 선수들은 방과후에야 모여 훈련을 하는 유일한 팀이다.
학업을 포기해야하는 구한식은 박경호 코치와 서울시청 박겸환 감독의 배려로 서울시청에 입단, 이제는 축구에만 정진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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