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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호 침몰은 인재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러시아 베링해에서 일어난 501오룡호 침몰사고는 높은 파도 속에서 작업을 강행하다가 발생한 인재였다. 잡은 명태를 배에 실으려고 열어둔 해치(Hatch)로 바닷물이 대량 유입되면서 침몰한 사실이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부산해양안전서는 30일 브리핑을 열어 “생존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무리한 조업과 위기상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높은 파도를 피해 러시아 나바린항으로 피항하던 오룡호가 갑판 해치를 개방한 것은 낮 12시 6분(이하 현지시간)이다. 그물에 잡힌 명태 20t을 처리실에 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4~6m 정도의 파도가 10여차례에 걸쳐 처리실로 유입됐고, 이 때문에 처리실의 나무 격벽이 파손됐다. 명태와 뒤섞인 바닷물이 배수구를 막으면서 물은 빠져나가지 못했다. 내부에 물이 차면서 오룡호는 우측으로 기울었고, 해치 사이에 그물이 끼인 탓에 해수는 꾸준히 유입됐다.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조타기도 고장나 선박의 방향을 잡을 수 없게 됐다.

선원들은 우측으로 기운 선박을 바로잡기 위해 연료를 좌측 탱크로 보냈지만 이번엔 우측에서 큰 파도가 치면서 배가 왼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9월 파손된 선박 좌측의 오물배출구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면서 배는 침몰하기 시작했다. 김모(46) 선장은 오후 4시8분 사조산업에 “퇴선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선원들에게는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배가 침몰 할 것을 예감한 감독관과 갑판장, 처리장은 자체 판단으로 구명 뗏목을 내려 선원들의 탈출을 진행했지만 높은 파도 탓에 단 7명만 살아남았다.

해양경비안전서는 ”기준 미달 선원들이 승선한 탓에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사조산업을 상대로 채용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해기사 2급 이상이 몰 수 있는 오룡호를 3급 선장이 운항했고, 2항사와 기관장, 1기사 등 3명도 자격미달이었다.
생존 선원들은 ”해치를 열지 않고 그물을 갑판에 올려두거나, 그물 자체를 포기했다면 침몰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현철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오룡호 수사팀장은 ”결국 높은 파도가 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치를 열고 명태를 담으려고 한 게 침몰 원인“이라며 ”선원들이 지난 9월 파손된 오물배출구를 수리하지 못한 점도 사고를 키운 이유“라고 말했다.

오룡호 침몰사고로 현재까지 선원 60명 중 7명이 구조됐으며 사망 27명, 실종 26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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