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본연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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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들어 검찰 본연의 자세확립을 다짐하는 발언이 무성하다. 배명인 법무장관은 21일 열린 건국 검사장 회의에서 검찰은 지난날의 수동적 자세에서 능동적 자세로 전환, 선진 법치국가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김석휘 검찰총장은『검찰 공무원이 양심의 부끄러움이 없을 때 다른 공직자의 부정척결에 앞장설 수 있다』면서 검찰 내부의 비리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근절시키라고 지시했다.
검찰 수뇌의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상부의 눈치나 보던 지난날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검찰상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동안 검찰의 모습, 그리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상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준 사법기관으로서 검찰의 기능 수행이 만족할만 하다고는 누구도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는 일부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본연의 임무수행에 등한했던 몇몇 검찰공무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법무부지시 가운데는 특권층 범죄 행위 엄단이라는 귀절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특권층의 하나로 검찰 자신이 꼽히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권층이란 있을 수 없고 또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을 특권층이라고 여기는 부류가 있고 거기에 영합하거나 심지어 아첨하려는 풍조조차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검찰이 특권층의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다짐 자체가 특권층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권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법이 만인에게 평등해야한다는 원칙을 무색케 하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의 적용이 공정치 못하고 선택적인 한 그 존엄성은 보장받을 수 없으며, 법의 존엄성이 의심받는 마당에 법치주의가 확립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현대적 법치주의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특권층의 일소가 절대 불가결의 조건임을 뜻하는 것이다.
법적인 측면에서 선진국이란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물론 선진 법치국가의 이상을 실현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작업일수 없다. 그러나「선진 조국의 창조」란 우려의 원대한 국정 목표에 비추어 반드시 이룩해야할 과업임에 틀림없다.
검찰 본연의 자세확립이란 한마디로 국민의 신뢰가 가도록 그 기능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사법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수동적으로 처리하고 까다로운 사안에 대해서는 소신없이 웃사람의 눈치나 보는 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는 없다.
검찰이 공직자의 부정을 파헤치고 지위고하를 불문, 엄단하려면 무엇보다 검찰내부부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깨끗해야 한다. 검찰 안에 사소하나마 비위가 있고 검사들의 자세에 흐트러짐이 있다면 특권층 범죄의 엄단이란 지시는 한날 공허한 엄포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설득력 또한 약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는 말은 멀쩡하게 해놓고 실천을 못하거나 흐지부지 하고만 일을 얼마든지 보아왔다. 언행이 맞지 않으면 신뢰를 높이기는커녕 신뢰와 함께 권위도 잃게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검찰상의 정립은 검찰이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에 귀를 기울어 뼈아픈 자가성찰을 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능동적 자세 확립을 다짐한 검찰 수뇌진의 다짐이 검찰운영에 어떻게 투영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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