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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키워드로 보는 2014 영화계 결산② 올해 영화계 키워드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 `겨울 왕국` 스틸컷

2014 키워드 '렛잇고'

‘겨울왕국’ 보고 또 보고

디즈니의 새로운 공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월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리 감독)은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13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 수입을 올렸다. 애니메이션 중 역대 1위, 실사영화까지 합해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주와 왕자의 로맨스 대신 공주 자매의 우애에, 왕자가 구해주길 기다리기보
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공주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은 물론, 어린 시절 디즈니의 전성기 작품을 보고 자란 젊은 여성 관객까지 사로잡았다. 배급사 디즈니의 정고은 대리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이 즐기는 장르라는 기존 인식을 뒤집고 성인까지 관객층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더빙판·자막판·싱어롱 버전, 2D·3D 등 여러 방식으로 재관람하는 열풍도 흥행을 부추겼다. 인기는 극장 밖으로도 이어져 IPTV에서 개봉하자마자 유례없는 이용 횟수를 올렸다. 국내 IPTV 중 최다 가입자를 보유한 올레tv가 11월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영화는 역시 ‘겨울왕국’이다. OST, 특히 이디나 멘젤이 부른 주제곡 ‘렛 잇 고(LetIt Go)’의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방송 음원 집계 사이트 챠트코리아에 따르면 개봉 직후인 2월 한 달 동안 기록된 라디오 방송 횟수만 341회다. ‘겨울왕국’의 흥행 돌풍은 2000년대 들어 드림웍스에 밀려 고전하는 듯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알렸다. 디즈니·픽사를 이끄는 CCO 존 라세터는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 해 “‘겨울왕국’은 디즈니를 치유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겨울 왕국’의 뮤지컬 제작을 추진하는 한편 ‘겨울왕국’ 뒷이야기를 담은 6분짜리 단편 ‘겨울왕국 피버’(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를 2015년 3월 북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실사판 드라마도 만들어졌다. 여러 동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TV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2011~, ABC) 시즌4의 주인공으로 ‘겨울왕국’이 채택돼 지난 9월 미국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윤지원 기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틸컷

2014 키워드 '아트버스터'

다양성영화의 메가톤급 흥행

올해 다양성영화 시장에선 최근 보기 힘들었던 대형 흥행작이 여럿 나왔다.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3편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이런 성적을 낸 다양성영화가 전혀 없었고, 2012년에는 ‘피에타’(김기덕 감독, 60만 명) 한 편뿐이었다. 먼저 올 3월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 앤더슨 감독)은 77만 명이 관람하며 예술영화(Art Film)와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합친 신조어 ‘아트버스터’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이어 ‘원스’(2006)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신작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여느 상업영화로도 ‘대박’이라고 할 만한 342만 관객을 동원했다. 전체 외화 흥행 순위 9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영화에 출연한 그룹 ‘마룬 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직접 부른 OST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외화만 흥행 홈런을 친 것은 아니다. 11월 말 개봉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감독)의 폭발적인 흥행이 그 예다. 다양성영화에서 이런 대형 흥행작이 나오는 배경에는 달라진 배급 규모가 있다. CGV아트하우스 이원재 과장은 “개봉 전부터 흥행 가능성이 엿보이거나, 개
봉 후 관객 점유율이 높아지면 일반 상영관까지 적극적으로 내주는 추세”라고 전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186개에서 개봉해 최대 스크린 수가 806개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특히 밝고 따뜻한 감성을 내세운 다양성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비긴 어게인’홍보를 맡은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은 “액션·스릴러·판타지 등 장르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상업영화 대신 ‘비긴 어게인’ ‘그녀’(스파이크 존즈 감독) 등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성영화를 찾는 관객이 많았다”고 말한다.

김나현 기자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2014키워드 '크리스토퍼 놀런'

놀런도 놀란 ‘인터스텔라’ 1000만 관객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가족애 SF ‘인터스텔라’(11월 6일 개봉)는 한국 극장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바타’(2009, 제임스 캐머론 감독) ‘겨울왕국’에 이어 외화로서는 세 번째 1000만 관객 고지에 이르렀다. 12월 21일까지 관객 수는 993만 명이다. 할리우드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인터스텔라’의 한국 흥행 수입은 7100만 달러로, 전 세계 흥행 수입의 11.2%를 차지한다. 북미(27%), 중국(19.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인구 규모로 따지면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흥행이 잘된 셈이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부터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개봉 직후부터 4주 동안 1위를 지켰다.

아이맥스 관람 열풍도 놀라웠다. 아이맥스 상영관의 표가 일찌감치 동나 인터넷에 암표까지 등장했다. 아이맥스 상영관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체인 CGV 김보람 대리는 “‘인터스텔라’의 아이맥스 객석 점유율은 평균 74%로 올해 아이맥스 상영작 중 최고치”라고 전했다. ‘인터스텔라’의 아
이맥스 상영은 12월 2일 종료됐다가 관객 요청에 힘입어 8일부터 이틀간 전국 11개 상영관에 재입성했다. 놀런 감독을 향한 국내 관객의 특별한 애정도 흥행을 부추겼다.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로 이어지는 ‘다크 나이트’ 3부작과 ‘인셉션’(2010)을 통해 국내 관객 사이에 크리스토퍼 놀런감독의 견고한 팬덤이 생겼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놀런 영화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 상태에서 ‘인터스텔라’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냈다”며 “개봉 이후에는 과학 이론에 대한 풍성한 담론이 쏟아져 관객을 극장으로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전작부터 이어져온 가족애를, 하드 SF영화(Hard SF·정밀한 과학 묘사가 돋보이는 SF영화)에서 깊이 있게 다룬 점도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윤지원 기자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틸컷

2014 키워드 '마블'

진격의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영화, 그중에도 마블 만화가 원작인 영화는 올해 극장가에서 골고루 흥행 성공을 거뒀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조 루소·안소니 루소 감독)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브라이언 싱어 감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마크 웹 감독) 같은 속편은 물론, 원작과 캐릭터 모두 낯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제임스 건 감독) 역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속편의 성공에는 마블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김봉석 평론가는 2년 전 ‘어벤져스’(2012, 조스 웨던 감독)의 국내 흥행 성공을 중요한 계기로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서 원래 인기가 많았던 아이언맨에 더해 이 영화에 함께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 다른 마블 캐릭터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이를 기점으로 국내 관객이 마블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의 수퍼 히어로들이 공유하는 가상 세계)에 친숙해졌고, ‘어벤져스’에 나온 캐릭터의 개별 시리즈 영화 역시 ‘볼 만한 수퍼 히어로 영화’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례로 ‘어벤져스’ 이전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1편인 ‘퍼스트 어벤져’(존 조스톤 감독)가 5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반면, 올해 개봉한 2편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는 396만 명이 관람했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역시 마블 브랜드에 힘입어 ‘엑스맨’ 시리즈(2000~ ) 사상 가장 큰 흥행 성공을 거뒀다. 마블이 ‘어벤져스’ 시리즈의 속편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개봉 예정)의 일부 장면을 지난 4월 서울에서 촬영한 것도 마블 브랜드와 캐릭터에 대한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층 높였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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