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때 강제로 든 '꺾기보험' 환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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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한 보험을 쉽게 해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대출을 볼모로 한 이른바 '꺾기 보험'에 낸 돈을 돌려받는 '리콜제'가 도입되는 것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담당자들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이 같은 리콜제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간사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는 "강압적으로 보험을 팔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꺾기로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90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보험료 및 납입기간에 발생한 이자를 되돌려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주요 보험사들과도 이 같은 리콜제의 큰 그림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무리하고 있다.

리콜제는 기존의 보험 '품질보증 반환 제도'를 확대한 것이다. 품질보증은 보험을 팔면서 고객의 자필 서명을 받지 않거나,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을 때 보험사가 보험료.이자를 반환하던 제도다.

그러나 꺾기로 보험에 가입했을 때 마땅히 구제받을 방법은 없었다. 보험업감독규정은 보험료가 대출금액의 1%를 넘으면 꺾기로 간주하지만 이보다 적은 보험료로 규정을 피해 가는 사례도 많았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그동안 보험을 팔 때 고객으로부터 가입 동의 확인서를 받기 때문에 꺾기는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출금이 아쉬운 고객 입장에선 꺾기를 거절하기가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새 리콜제 아래서는 은행도 책임을 지기로 했다. 신한은행 담당자는 "반환할 돈에 대해 보험료 원금은 보험사가, 이자는 보험사.은행이 절반가량씩 부담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리콜제 논의는 4월 이후 보험료 반환과 관련해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면 은행도 비용을 부담하는 쪽으로 보험업 감독 규정이 강화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 박창종 보험감독국장은 "리콜제가 도입되면 보험 판매가 지금보다 투명해질 것"이라며 "꺾기 보험은 언제든 생길 수 있으므로 4분기에도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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