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도움 될까? '가시달린 콘돔' 거센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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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넷 엘러스(57)가 여성콘돔 "레이펙스(Rapex)"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폭행 방지용으로 고안된 '가시달린' 여성콘돔이 과연 여성들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들어진 '레이펙스(Rapex)'란 이름의 이 콘돔은 합성고무와 화살촉 같은 날카로운 가시 들로 만들어져 성 폭행범의 성기에 한 번 들러붙으면 수술을 통해서나 제거할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콘돔을 고안한 소넷 엘러스(57)는 지난 1969년 강간 피해자를 처음 보고 줄곧 강간 방지 기구 만들기에 골몰해 왔다면서 "성폭행을 당한 여인은 살아 있지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두 딸을 두고 있는 엘러스는 "여인을 도와줘야 한다는 일념에서 연구를 계속해 왔다"고 밝히고 레이펙스 콘돔을 착용한 여인을 강간할 경우 남자의 성기에 가시가 붙게 되고 수술을 해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엘러스는 이 콘돔은 남자의 성기에 영원한 상처를 입히지는 않는다면서 결국 남자를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을 지키기 위한 장치하고 말했다.

그는 이 콘돔은 여성이 24시간 계속 착용할 수 있으며 남아공에서 내년부터 개당 0.16달러(165원)에 시판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간위기 케이프 타운' 등 성폭행 방지 운동 관계자들은 레이펙스가 연간 5만2천 건의 강간사건이 발생하는 남아공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강간위기 케이프 타운'의 사무총장 찬컬 쿠퍼는 "우리는 15세기로 되돌아가고 있다. 결국 여성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은 더 위험해져 폭력과 살인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쿠퍼는 "전혀 개선된 점이 없다. 이것은 마치 정조대와 같은 것이다. 여성 안전은 개인 책임이 아니라 사회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아공에서 강간피해자의 약 40%는 18세 이하이고 관계 당국은 강간사건의 5%만이 경찰에 신고되고 있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엘러스는 아침 일찍 직장으로 향하는 여성들이 레이펙스를 착용하면 안전감을 느낄 것이라며 이 콘돔을 착용하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등 각종 전염병을 막을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임신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가 이루어져 실제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 콘돔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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