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의 거꾸로 조직표] "상사가 부하 존중해야 일선 공무원들이 주민 받들게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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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강원도청의 조직표(사진)는 일반적인 조직표와 거꾸로다. 도지사가 제일 아래에 있고 바로 위에 부지사, 다시 그 위에 실·국장, 과장, 그리고 사무관의 순으로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이런 조직표는 최문순 지사 지시로 만들었다. 최 지사는 “와서 보니 식당에 가면 상사 옷 받아 걸어주고, 신발 돌려 놔주는 문화가 몸에 배어 있더라”며 “그걸 바꾸려고 상사가 부하를 받드는 모양의 조직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상사를 ‘갑’으로 여기는 문화가 바뀌어야 공무원들이 주민들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 같았다”고도 했다.

 그는 2005년 MBC 사장이 된 뒤 처음 이런 조직표를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생각들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강원도에 대해서는 “조직표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문화가 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어떤 식으로 주민들을 대해야 하는지 가능한 한 몸으로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지사가 이런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나선 게 도루묵·감자 판매다. 지난해 도루묵 풍년으로 값이 뚝 떨어졌을 때였다. 고성군 수협 조합장이 최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 지사가 즉각 답했다. “잡는 게 어렵지 파는 게 어렵겠습니까. 우리가 팔겠습니다. 이런 것 역시 여러분을 위해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얼마든지 잡아만 주세요.”

 지인에게 전화를 돌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도청 공무원들도 나서 약 11억3000만원어치를 팔았다. 감자도 비슷하다. 도루묵 직후 같은 방식으로 감자 판매에 나서 4억3000만원 매상을 올렸다. 지금도 수시로 ‘감자 원정대’를 조직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시장과 남이섬 같은 강원도 내 주요 관광지에서 수시로 판매 행사를 한다. 때론 최 지사가 감자 모양 인형으로 분장하고 판매 현장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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