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방 개혁도 돈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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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윤광웅 국방장관 주재로 그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선 국방개혁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됐다. 무엇보다 예산 확보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다. 특히 "국방개혁을 위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추진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는 합참의장의 언급까지 나올 정도였다.

군의 정예화와 첨단화를 목표로 한 국방개혁안의 골격이 보도된 지 며칠도 안돼 군의 핵심 지휘관들이 '예산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고 걱정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국방부가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방개혁을 위해선 전력투자비만 289조원이 필요하다는 게 국방부 추산이다. 그러나 그 조달방안은 막연하기 짝이 없다. 그 동안 평균 7% 수준의 현 국방비 증가율을 2015년까지 11.1%로 높일 수 있도록 예산 당국과 협의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국가 총예산 증가율이 평균 6%대에 불과했음을 감안할 때 국방예산을 그렇게 높은 비율로 늘린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 든다. 국방부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전체 예산 중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현 15% 수준에서 2015년엔 무려 24% 가까이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력투자비에 인건비 등 경상비를 포함하면 실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군 지휘관들은 물론 국회에서도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더 이상 구름 잡는 식의 설명은 그만두고 어떻게 예산을 확보할 것인지 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국민이 얼마나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윤곽이나마 밝혀야 한다. 국방개혁이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어젠다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추진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산 문제 이외에도 군 인력조정, 주한미군과의 관계 등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본다. 국방부는 이런 군 안팎의 지적을 수용, 미진한 점을 보완한 후 법제화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