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윤규복직' 압박에 현대 "비굴보다 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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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사진)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달 현대아산 김윤규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한 심정을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북사업이 기로에 섰다"며 최근 대북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내비쳤다.

12일 현대그룹 홈페이지(www.hyundaigroup.com)에 올린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글'을 통해 이같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현 회장은 이 글에서 "16년간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대북사업을 보필했던 사람을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북사업의 미래를 위한 '읍참마속'의 결단"이며 "올바르지 못한 비리의 내용들이 개인의 부정함을 떠나 기업 전체의 정직함에 치명적 결함이 되지 않도록 하는 중대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 대북사업을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의 기로에 선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다.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필생사업이었고 온 국민이 염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리를 저지른 경영인의 내부 인사 조치가 대북사업 수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선택하겠다"고 다짐했다.

현 회장은 "통일의 중심에 현대아산이 있고자 한다. 북한 당국이 현대아산 임직원의 정직한 열정을 믿어주시기 바란다"며 글을 맺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19일 이사회에서 김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김 부회장의 원직 복귀를 요구했다. 북한 측은 이를 거부할 경우 개성.백두산 관광사업을 중단할 뜻을 전했고, 지난달까지 하루 1000명씩 할 수 있었던 금강산 관광객 수를 이달 들어 600명으로 줄였다.

또 현 회장이 지난달 31일 금강산면회소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할 때 북한 당국이 현 회장의 핸드백까지 검사하기도 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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