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회는 더운 여름에 먹어야 제맛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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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회.

회는 겨울에 먹는 거라고? 더워야 제맛인 회도 있다. 서남 해안 최고의 횟감으로 꼽히는 민어다.

 한여름에 산란을 하는 민어는 무더위가 찾아드는 7~8월이 제철이다. 산란을 앞두고서 생선은 가장 두둑하게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제철 민어는 큰 놈의 경우 길이가 1.5m, 무게는 30㎏가 넘는다.

 제철 민어는 영양가도 높다.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은 “기력이 쇠한 노인, 환자의 회복에 민어만한 게 없다”고 보증한다. 옛 한양 양반들이 복날 도미찜·삼계탕 제치고 너 나 할 것 없이 민어를 찾은 이유다.

 민어는 또 온몸이 별미인 생선이다. 회는 기름기가 많아 쫀득거리고 부드럽다. 특히 ‘배진대기’라 불리는 기름진 뱃살과 쫄깃쫄깃한 꼬리 살이 특미 중의 특미다. 알을 빼면 배가 쑥 들어가는 암치(암컷)보다 뱃살이 불룩한 수치(수컷)가 더 대접을 받는다.

 민어의 머리·뼈·내장은 푹 고아 탕으로 먹고, 부레는 쇠고기·두부·오이 따위로 속을 채워 ‘가보(생선순대)’를 만들거나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쓸개로는 술을 빚고, 어란(魚卵)은 안주 중의 귀물(貴物)로 친다. 껍질은 버리느냐고? “민어 날껍질에 밥 싸 먹다가 논 팔았다”는 말도 못 들어 봤나. 흔히 버릴 곳 하나 없다고 하는 말이 민어한테는 고스란히 참말인 셈이다.

 ‘민초(民·민)의 물고기(魚·어)’란 이름처럼 민어도 흔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획량이 줄면서 민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양식에 성공해 그나마 서민도 넘볼 만한 보양식이 된 게 불과 십여 년 전이다. 지금 민어의 주산지라면 전남 목포와 신안이다. 신안군 수협어판장에 따르면 지금도 흉어 때면 민어 수치 가격은 1㎏에 5만원대로 뛰어오른다. 삼복더위가 단숨에 쑥 가시는 고가다. 하나, 한창 민어가 나는 7~8월이면 암치는 1㎏에 5000~1만원, 수치는 2만원에도 먹는단다. 4인 가족은 2㎏이면 양껏 즐길 수 있다. 8월 3~4일 신안 임자도에서는 민어 축제도 열린다. 임자면 061-275-3004.

나원정 기자 wj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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