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됐다" 검경사칭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경찰과 검찰 등을 사칭해 수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겠다”며 전화금융사기를 벌인 혐의로 김모(27)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운반책 이모(7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여러 계좌에 있는 돈을 한군데로 모으게 하거나 대출을 받게 해 이체받는 수법으로 25명으로부터 약 5억 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번에 붙잡힌 김씨 등 중국동포 5명과 중국인 1명은 국내 잠입 후 중국 총책(미검거)이 경기 안산시와 일산시에 마련해준 원룸 2곳을 합숙소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단순 택배 심부름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알바’라는 광고글을 올려 대포통장 전달책과 인출책 등을 모집했다고 한다.

또 범행시 통화상대방의 예상질문과 상황별 대처요령 등을 담은 매뉴얼과 실제 범행과정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이용해 신입 조직원들을 철저히 교육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개인정보가 도용돼 다른 범죄가 발생했고 통장에 있는 돈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막아주겠다”며 피해자들의 입금을 유도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건물 우편함이나 동네 슈퍼에 대포통장을 보관하거나 노인 지하철 택배라고 불리는 이른바 ‘실버퀵’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전화번호를 토대로 수집한 가입자의 이름과 직업·나이 등 개인정보를 1건당 1만원씩 받고 되팔기도 했다"며 "중국에 거주하는 총책으로부터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 등으로 실시간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경기·충청권 일대 경찰과 공조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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