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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16개 중 6개서 물 새는 현상 … 저지대 홍수는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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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대 강 조사평가위원회 배덕효 공동위원장(왼쪽)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다기능 보의 누수 현상과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한강 등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서둘러 진행한 탓에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정부 위원회 평가가 나왔다.

 국무조정실 산하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4대 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이하 조사위)’는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9월부터 활동한 결과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토목·수자원·수질·생태·문화관광 등 각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됐으며, 또 다른 민간 전문가 79명이 조사작업단에 참여해 위원회 활동을 뒷받침했다. 조사위 김범철(강원대 환경학과 교수) 공동위원장은 발표문을 통해 “정부가 충분한 공학적 검토나 의견 수렴 없이 제한된 시간에 서둘러 4대 강 사업을 진행한데다 국내 하천관리 기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바닥 준설 등으로 인해 주변 저지대 중 93.7%에서 홍수 위험도가 낮아졌고, 준설토로 농지를 높이는 농지 리모델링으로 침수지구가 120곳에서 1곳으로 줄어든 점 등은 4대 강 사업이 거둔 성과로 평가됐다.

 조사위 보고서를 보면 4대 강에 설치된 16개의 다기능 보(洑)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지적됐다. 우선 낙동강의 구미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와 금강의 공주보·백제보 등 6개에서는 보 구조물 아래를 통해 물이 새는 현상, 이른바 ‘파이핑(piping) 현상’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조사위 측은 “파이핑 현상이 아닌 주변 지하수가 제방을 통해 흘러드는 것일 수도 있어 지반 조사를 포함해 적합한 보강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달성보·합천창녕보에서는 제방 안팎으로 물이 새는 현상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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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위는 또 보와 준설로 강물 체류시간이 증가하면서 녹조 발생 등 수질을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했다. 낙동강 상류 지역 4개 보 구간에서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수치가 올라갔고, 영산강에서는 식물플랑크톤이 증가했다.

 또 보를 설치해 수자원이 확보된 곳과 가뭄 때 물이 필요한 곳이 일치하지 않아 실제 수자원 이용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예를 들면 가뭄 때 4대 강 본류에서 사용 가능한 수자원의 양은 최소 3억9900만㎥에서 최대 6억2600만㎥로 추정되지만, 실제로는 4대 강 본류 부근에서 1억3200만㎥ 정도만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4대 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자원은 11억7000만㎥지만 실제 늘어난 평상시 취수량은 연간 7000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 둔치 등에 설치한 생태공원은 획일적으로 조성되는 바람에 일부 습지 생태계에 맞지 않은 식물까지 심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주기재(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 조사위원은 “생태공원의 경우 생태적인 면에서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고, 전면 재검토 과정을 거쳐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수 예방을 위한 강 준설도 당초에는 5억7000만㎥를 준설할 계획이었으나 4억4000만㎥만 준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난 2년 동안 1900만㎥가 강바닥에 다시 퇴적됐다.

김범철 공동위원장은 “누수가 발생한 일부 보에 대해서는 상세 조사 후 조속히 보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확보된 수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송수관로를 확보하고, 수질 개선을 위해 보 수문을 열어 적정 수위로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덕효(세종대 토목공학과 교수) 공동위원장은 “(보를 해체하는) 재(再)자연화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부정적인 효과가 긍정적인 효과보다 크다고 할 때 재자연화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호 생태지평 사무처장은 이날 환경단체 기자회견에서 “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홍수 저감 효과나 수질 개선 등의 측면에서 4대 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며 “조사위가 이번에 드러난 각종 문제점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역할까지 맡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윤석만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충분한 시간 없이 진행해 부작용
생태공원 총체적 부실, 수질 악화도
"보 수문 열어 적정 수위 운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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