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도장도 '춘추전국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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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양재호 바둑도장'이 두명의 프로기사를 동시에 배출했다. 개설 1년이 갓 넘은 양재호 도장이 권갑룡 도장, 허장회 도장, 김원 도장 등 3강 체제를 비집고 바둑 도장의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입단의 주인공은 17세 동갑인 김형우군(사진 (上))과 전영규군(下). 김형우는 연간 토너먼트 성적 1위로 일찌감치 프로 입문을 결정지었고, 전영규는 102회 연구생 입단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관문을 뚫었다. 양재호 9단은 "내가 타이틀을 딴 것만큼 기쁘다.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 입단은 '지옥문'에 비유될 정도로 어렵다. 10단계로 나뉜 한국기원 연구생들 중 1-3조 그룹은 짱짱한 프로 9단과 호선으로 두어 5할의 승률을 보인다. 하지만 연간 10명(여자 2명 포함)만을 뽑는 입단제도로 인해 막강한 실력자들도 중도 탈락하기 일쑤다. 게다가 만18세가 넘으면 연구생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올해도 12명의 탈락자가 나올 전망이다.

도장들은 이래서 강한 프로들을 사범으로 영입해 실전 스파링을 거듭한다. 양재호 도장은 현재 원생이 20명 정도. 한국기원 조사에 따르면 바둑강사는 전국에 2000명 정도고 바둑교실은 1500개로 추산된다. 이 같은 일반 도장에서 유망주나 강자들을 받아 마무리 훈련을 하는 곳이라 볼 수 있다. 이상훈 8단, 양건 7단 등이 고정멤버로 지도를 맡고 목진석 9단, 박지은 6단 등이 원생들과의 자체 리그전에 참가하고 있다.

최근 유창혁 9단-최규병 9단 팀이 분당으로 자리를 옮겨 도장을 새로 단장했고 김영삼 7단- 현미진 3단 부부도 양천구 신정동에 연구실을 열었다. 프로기사를 60명 넘게 배출한 기존의 '3강'에 이어 일류기사들이 속속 후진양성의 기치를 내걸고 도장을 열고 있어 이쪽의 전선도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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