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사과할 줄 모르는 분 여기 또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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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사과의 기술, 또는 사과의 타이밍 얘기가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90도 허리를 숙인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지, 또는 여론에 등 떠밀려 할 수 없이 가식적으로만 한 건지는 굳이 판단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사과를 하기는 했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세금으로 지난 수년간, 그것도 1년에 수십 명씩 구청 직원을 해외 배낭여행 보내주고, 또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고위직들이 직무와 크게 상관 없는 곳에 출장을 다니며 외부 촬영기사까지 대동한 게 드러난 강남구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뻔뻔스럽게 나오니 이게 웬일입니까. <江南通新 2014년 12월 17일자 참고>

 강남구 의회는 구 예산 심의 마지막날인 지난 19일 구청 직원의 ‘글로벌 연수’, 다시 말해 해외 배낭 여행 예산을 그냥 통과시켜줬다는군요. 사실 뭐, 강남구청의 이해하기 어려운 숱한 해외 출장 중엔 구의원 수행 명목도 적지 않으니 어찌보면 서로 ‘공범’ 같은 관계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의회가 결국 구청장의 출장 횟수만 일부 제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지만 이 과정에서 구청 측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사이에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합니다. 사과 대신 서로 강남구청 출장·연수 경비내역이 담긴 ‘공무국외여행 내역(2011~2014)’ 문건을 江南通新에 유출한 사람이 누구냐며 소동을 피웠다니, 구의원이나 공무원이 사는 세상과 보통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시계는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오늘(12월 24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너무 우울한 얘기를 했나요. 사실 이번 주 江南通新 커버스토리 ‘우리들의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통해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좀 다르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상투적으로 ‘들뜨고 기쁜’ 크리스마스라고들 하죠.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왜 크리스마스라고 다들 기쁘고 즐거워야만 하나요. 왜 꼭 서로 어울려야 하나요. 혼자 보내는 크리스마스, 특별하지 않은 크리스마스라도 괜찮지 않나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두들 크리스마스 날엔 으레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 시끌벅적하게 보내야한다는 강박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정작 집에서 차분하게 혼자 보내는 많은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더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요.

 이번 주 江南通新 커버 스토리를 통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꼭 즐겁지 않아도 괜찮아, 혼자여도 괜찮아.’

 江南通新과 분리배달하는 열려라 공부(열공) 섹션에서는 2월의 봄방학 직전 수업 부실 문제를 다뤘습니다. 아이들은 매년 이맘 때면 그저 수업일수 채우러 학교에 가서는 굳이 보겠다고 선택하지도 않은 영화를 보고 돌아오죠. 모두가 문제라고 얘기하는데, 왜 매년 이렇게 반복할 수밖에 없는 건지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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