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수표 받을때 신원도 확인해야|서울 민사지법 항소부 판결|보증카드 대조하고받은 잡화점 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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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가계수표소지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은채 가계수표를 받았을 경우 은행보증카드를 확인했더라도 수표를 받은사람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발행인이발행하지 않은 가계수표는 위조된것으로 본다』는 뜻으로 은행이 발행하는 자기앞수표와 달리 가계수표는 일반인이 기재사항을 써넣도록 되어있어 위조가 쉽기때문에 취득자의 주의를 촉구한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계수표의 발행이 급격히 늘고 분실사고도 찾온데반해 가계수표의 액면이 10만원이하의 소액이어서 확인을 소홀히 하는것이 관행화되고있는 요즘 수표를 받는 사람에게 확인책임을 지을 경우 수표받기를 꺼리게될 우려도있어 앞으로 대법원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서울민사지법 항소1부(재판장 문영택부장판사) 는 20일 이온순씨(여·서울이촌동300의11 왕궁아파트3동306호) 가 김승재씨(서울신림5동1418의22) 를 상대로 낸 수표금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피고김씨는 원고이씨에게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원심을 깨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2일낮11시쯤 자신이 경영하는 서울이촌동300 한강쇼핑센터1층27호 「경화사」란잡화점에서 여자손님에게 1만5천원짜리 가방 1개를 팔고 김씨명의로된 10만원짜리 가계수표를 받아 수표뒷면에 기재된 카드번호와 보증카드를 대조한뒤 거스룸돈으로 8만5천원을 지불했다. 이 수표에는「발행일82년6월2일, 지급지 조흥은행영등포지점, 발행인김승재」로 기재된채 김씨의 도장이 찍혀있었다.
그후 이씨는 지급지인 조흥은행영등포지점에 이수표를 지급제시했으나 분실신고된 사고수표라는 이유로 은행에서 지급을 거절했다.
또 수표명의인인 김씨를찾아가 지급을 요구했으나 김씨는 문제의 가계수표가 당구장에서 옷을 벗어놓고 당구를 치는사이 보증카드와함께 도난당한 것이라며 역시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던것.
이씨는 솟장에서 가계수표를 갖고온 손님이 보증카드까지 갖고 있는 것을확인했으므로 취득과점에 잘못이 없고 이를 잃어버린 김씨의 과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일반적으로 가계수표는 신용도가 높아 보증카드등 일체의 확인과정없이 거래되고 있다고「거래관행」을 내세웠다.
그러나 피고 김씨는 수표에 찍힌 도장이 자신의것이 아니며 보증카드에 사진이 붙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것은 이씨가 수표취득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대해 1심 재판부인서울남부지원 유창석판사는 지난해9월 『가게주인 이씨의 수표취득과정에는 잘못이 없고 선의의 취득자로 보인다』는 이유로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던 것.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가계수표 소지자가 보증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 믿고 신원을확인하지 않은 것은 이씨에게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1심판결을 뒤집었다.
작년12월말 현재 전국의 가계종합예금가입자는 모두75만1천명으로 예금자액은9백13억원, 대월잔액은 6백17억원이며 전국의 가계수표를 취급하는 협력상점은 23만개소에 이른다.
또 이들이 사용해서 교환에 돌려지는 가계수표는 작년12월중 하루평균 6만6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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