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천재 소년,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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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 . 강동윤 3단(한국)● . 왕레이 5단(중국)

▶장면 1

▶ 장면 2

▶ 참고도

소년 기사들은 강하다. 아직 프로 면장을 얻지 못한 연구생 소년들조차 9단들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인다. 강동윤 3단은 그중에서도 특출한 재능과 대성의 자질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최강전 결승에서 또 한 명의 유망주 이영구 4단을 격파하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강자들은 많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삼성화재배 예선 결승에서 만난 중국의 무명 신예 왕레이(王雷) 5단만해도 상상 외로 강했다.

<장면 1>=우변 타개가 순조로워 백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고 느낄 때 왕레이가 백 66을 외면하고 67로 대마 전체를 공격해 왔다. 대담한 강수다. 68엔 69, 71로 끈끈하게 버틴다. 백의 강동윤이 고심에 잠긴다.

'참고도'백 1로 눈을 없애면 이 흑을 잡을 수 있다. 백도 허리가 끊어지긴 하지만 수상전에서 한 수 빠르다. 그러나 강동윤은 10, 12로 한점이 떨어지며 외곽을 철통같이 조임당하는 것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

<장면 2>=망설이다가 72로 빠졌다. 79 자리에 먹여치면 석 점을 잡을 수 있으니까 선수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뿔싸! 73, 75로 반격해 오니 먹여칠 틈이 없다. 게다가 79까지 되고 보니 이젠 '참고도'처럼 잡으러가는 것도 안 된다. 이젠 수상전을 벌여도 우변 쪽의 수가 부족한 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84까지 후수로 살았다. 85로 공격하며 기선을 잡은 왕레이는 195수만에 불계승. '죽음의 조'에서 당당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강동윤에겐 실로 후회막급의 한판이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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