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대출 회수, 금융 불안 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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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융권이 부동산 담보대출 줄이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방만하게 담보대출을 늘려오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자 그 후폭풍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개인별로 해주던 부동산 담보대출을 세대별로 합산해 줄여야 하는 데다, 부동산값이 급락할 경우 담보의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문제는 금융권이 일시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빠른 속도로 회수할 경우 가계발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담보대출의 비중이 큰 일부 금융회사들이 부실화하고 그 파장이 국민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이처럼 위험한 수위까지 늘어난 것은 경기 진작을 이유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가운데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담보대출 이외에 달리 돈을 굴릴 만한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면서 기업대출 길이 막힌 데다, 신용카드 부실의 여파로 가계에 대한 신용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웠다. 결국 금융회사들은 손쉽고 안전한 부동산 담보대출로 몰렸고, 일부 금융회사들은 규정을 어겨 가면서까지 담보대출 비율을 높였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값 급등 현상에 금융권의 무분별한 담보대출 경쟁이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각자 눈앞의 이익을 좇는 바람에 금융권 전체로 부실화의 위험을 증폭시킨 측면도 있다. 특히 담보대출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무리하게 대출 경쟁에 나선 보험회사나 상호저축은행.캐피털회사 등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제 금융권은 감독 당국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담보대출의 비중을 낮춰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부동산 대출의 급격한 축소는 과도한 대출 확대만큼이나 위험하다. 질서 있는 퇴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융감독 당국도 부동산 담보대출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만일의 위험신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예방조치와 함께 과감한 감독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