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자율화따른 흙탕물은 시간흐르면 맑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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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싼옷도 아니고, 화려하지도 않은데 옷을 멋스럽게 잘 입은 사람을 가끔 본다.
색깔의 조화라든가 분위기, 절제와 조심성이 한껏 자유스러움을 풍겨 주는 그런 멋쟁이를 만나면 유쾌할 뿐만 아니라 청량감마저 느끼게 하고 살 맛이 나게 한다.
이때 살 맛이 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옷을 아주 멋스럽게 잘 입을수 있다는 것은, 아니 비싼 새옷을 매일 갈아 입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인 그런 사람이 아니고 그저 형편껏 입는 옷이 청량감을 줄 정도로 멋스럽다는 것은 그렇게 되기까지의 그 사람의 미적 감각, 생활에 대한 정열과 애정, 적극성과 성의를 느끼게하고 그것을 주위에 전염시켜 주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미인과 현대인의 아름다움이「개성의 창조」에 있다는 진리쯤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너도 나도 진하고 진한 개성미를 창조하기 위해서 분투노력들을 하는 것 같고 「남보다 다른 것」「남이 결단코 입지 않는것」「어제것이 아닌 미래의 것」을 찾아내기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대에 싱싱하고 발랄한 우리의 청소년들은 일률적이고 단조로운 교복속에 묻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을 교복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은 백번 잘한 일인 것 같다.
얼마간 지속될 부작용과 혼란, 눈살찌푸리게 될 풍경쯤은 참고 다독거리고 따뜻이 충고하고 지도하고 이끌어 줘야할 책임이 우리 모든 어른·선배들에게 있는 것 같다.
한꺼번에 터져 나온 봇물이 흙탕물도 일으키고 풀굽이도 만들겠지만 언젠가는 잔잔하게 맑아지고 세련되어질 것이 틀림없을 것이니까.
금년봄에 우리집 아이들도 모두 교복을 벗게 되었다. 큰 아들아이는 과정이 끝나서 벗고,작은 딸 아이는 저절로 벗게 되었다.
그들은 사복을 마음대로 변덕을 부리면서 입을 생각만해도 신나는 모양이나 결코 자기네가 고급마춤복을 입겠다든가 비싼 외국제옷을 입고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외국제 비싼구두와 손가방을 들거나 괴상한 옷차림을 해서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킬 그런 생각은 추호도 안하는 것 같다.
비록 그동안 교복속에서 성장해 왔으나 끊임없이 사복을 보아 왔고 절반쯤은 입으면서 살아봤기 때문에 부조화스런 것, 분에 넘치는 것, 눈에 거슬리는 것에 대한 분별 감각쯤은 정상발전을 해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학교의 금기사항을 보니 아침에 집에서 떠나는 아이들에게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겠고 학교 당국에만 맡길 일이 아닌 것 같다.
학교와 가정, 스승과 부모님들의 뜨거운 관심속에서는 괴상한 옷차림을 하고 분에 넘치는 모양을 내고 학과보다는 멋내기에 정신을 빼앗기는 그런 청소년이 절대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넘쳐 나오는 젊음과 싱싱함이야말로 허름한 옷을 뛰어넘어 더욱 눈부신 아름다움과 개성적인 것을 깨우치기도 해야할 것이다.
정말 멋쟁이는 「환경과의 조화」를 제 일차적으로 염두에 둔다고 했다. 나이와 직업은 물론 근무처나 공부하는 장소, 살고있는 동네의 색깔, 지나 다니는 거리와 가로수와 옆집과, 같이 노는 친구들, 아빠의 직업까지도 염두에 둔 절도와 조화, 안목과 능률을 감안한 옷차림을 우리청소년들도 차츰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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