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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화장률 실적 올리려 시신 밀매까지 … '장례 개혁' 요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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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3월 중국 제일의 부자 마을 ‘화시춘 ’을 일군 우런바오 의 영구차가 마을 입구를 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묘지 부족과 허례허식을 막기 위해 장례 개혁을 추진중이나 거센 반발에 봉착해 있다. [중앙포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개혁은 진행형만 있을 뿐 완료형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장례 개혁도 그 중 하나다. 50년 넘게 화장(火葬)을 권하고 있지만 중국의 화장률은 2012년 현재 49.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엔 중국의 일부 관리가 화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시신을 몰래 사들여 화장한 사실이 중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장례제도 개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6월 말 광시(廣西) 장족(壯族)자치구 베이류(北流)시 류징(六靖)진의 촌민 꾸(顧)는 깜짝 놀랐다. 얼마 전 매장한 할아버지 시신이 사라진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인근 마을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곤 했다. 일부 마을 사람들은 ‘영혼 결혼’ 운운했다. 결혼을 못하고 죽은 사람과 짝을 맺어주기 위해 시신을 훔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얼마 후 한 제보자의 신고로 시신을 훔친 범인 중(鍾)을 붙잡았다. 평범한 농부인 중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는 시신을 팔기 위해 훔쳤는데 이를 산 사람들이 이웃 광둥(廣東)성의 관리들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곧 광둥성 화저우(化州)시 나우(那務)진의 관리인 둥(董)과 가오저우(高州)시 허화(荷花)진의 관료 허(何)를 체포했다.

 이들은 모두 장례개혁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시신을 사들인 이유도 같았다. 할당된 화장 목표 달성을 위해서였다. 허화진의 경우 인구 5만 명으로 사망률을 1000분의 5로 계산하면 매달 사망자 수는 약 23명. 부과된 목표 화장률 50%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달마다 11구의 시신을 화장해야 한다. 그러나 유가족 대부분이 토장(土葬)을 고집해 목표를 이룰 수 없었다.

 화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관료 인생은 거의 끝이다. 가오저우시의 경우 28개의 진(鎭)이 있는데 허화진은 늘 밑에서 5~6위권을 맴돌았다. 매달 실시되는 평가에서 밑에서 3위까지에겐 ‘낙후 부서’라는 오명과 함께 옐로카드가 주어진다. 연말 평가 때 바닥에서 3위까지에 포함되면 승진이 물 건너가는 건 물론 좋은 고과를 기대할 수 없다.

 장례 담당 관리들은 그래서 필사적이다. 마을에 상사(喪事)가 생기면 주야로 그 집을 서성이며 화장을 권한다. 유족들이 몰래 시신을 매장하는 걸 막기 위해 상여를 메고 나갈 수 있는 길목마다 보초를 선다. 100위안의 격려금을 주고 제보를 받아 이미 매장된 시신을 파헤쳐 화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작업은 주로 야간에 하는데 유족에게 들켜 몰매를 맞는 일 또한 다반사다.

 그래도 화장 목표를 맞추지 못하자 나온 고육지책이 바로 이웃한 광시에서 시신을 사들여 화장함으로써 화장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광시는 소수민족 자치구로 광둥성에 비해 화장률 목표 관리가 느슨하다. 이에 둥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신 한 구당 3000위안에 지금까지 10구를 사들였다. 허도 한 구당 1500위안씩을 주고 시신을 구입해 왔다.

 관리들은 임무 완성을 위해서였다고 말하지만 중국 언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시신 밀매가 산업화돼 있다고 본다. 시체 한 구가 300~400위안씩에 중개상에 팔리고 이는 다시 3000위안 정도의 높은 가격으로 관리에게 넘겨지며 관리는 이를 화장을 원하지 않는 유족에게 몇 배의 웃돈을 받고 되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의사, 병원 등 여러 곳이 중개료를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5년엔 광시 친저우(欽州)시 경찰이 약 100구의 시체를 밀매해 온 갱단을 검거한 적도 있다.

 중국은 1956년부터 마오쩌둥(毛澤東)의 지시로 화장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토장이 세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는 거창한 장례 행사로 인해 인민의 경제적·물리적 피해가 너무 컸다. 과거 후베이(湖北)성의 한 시골에선 간부가 죽자 그의 장례식장으로 징발된 초등학교가 7일 간 임시 휴교에 들어갔을 정도다. 중국에서 장례식(白喜)은 결혼식(紅喜)과 쌍벽을 이루는 중요 행사로 간주돼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두 번째는 무덤이 경작지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1933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중국의 묘지는 10만3000㎢로 남한 땅보다도 넓었다. 중국의 한 해 사망자가 1000만 명에 육박하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대륙이 거대한 무덤으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다. 중국은 이에 묘지를 농토로 바꾸는 평분환전(平墳還田) 캠페인을 벌여 90년대 중반엔 분묘 1억개를 없애고 약 6억6000㎡의 농토를 회복했다. 세 번째는 위생 문제였다.

 그러나 토장에서 화장으로의 개혁은 쉽지 않았다. 화장 보급 40년이 넘은 97년의 경우 화장률은 36%에 그쳤고 현재도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 거주지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2020년까지 화장률 100%을 달성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전통적인 토장을 원하는 중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토장은 6000년 전부터 그 풍속이 있었다. 진한(秦漢) 시기엔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으로 감히 훼손해서는 안 된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는 가르침에 따라 아예 화장을 금하고 토장을 권했다. 특히 중국인은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지만 백(魄)은 시신에 남는다고 봤다. 이런 귀신 신앙이 조상 숭배와 연결되며 사자(死者)를 공경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재앙을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는 ‘사람이 죽으면 그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고 존중해 준다. 땅에 묻음으로써 죽은 이는 안식을 얻고 산 자는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死者爲大 入土爲安)’는 말을 낳았다. 특히 땅에 묻혀 이승의 고달픔을 잊고 안식을 얻고자 한다는 ‘입토위안’의 정신은 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농경민족 한족(漢族)에게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 620만 명의 안후이(安徽)성 안칭(安慶)시는 올 봄 2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고 6월 1일부터 화장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일부 지역 공무원들은 늙은 부모의 목관을 미리 마련해 둔 집에 들어가 강제로 관을 압수해 파괴하는 일도 불사했다. 이는 주민과 공무원 사이에 험악한 충돌로 비화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한 마을의 노인 10여명이 자신들은 땅에 묻혀 안식을 얻겠다며 이 규칙이 시행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부 신문에 노인 집단 자살 사건이 보도되자 성정부 민정청은 “노인들의 ‘비정상’ 사망과 장례 개혁은 무관하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악화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시진핑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비극이었다. 전통 고수와 개혁 추진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중국에서 늘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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