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무기 저장고」리비아 통해 최신전투기 등 증강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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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리비아의 조약 배경
리비아와 폐쇄적인 공산주의 세습체제를 구축하려 하고있는 북괴와의 관계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 서방의 중동문제 전문가들이나 군사소식통들은 이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양국이「북한·리비아 친선협력동맹조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11윌 2일「가다피」의 평양방문 때였다. 이 조약은「미 제국주의」와「시오니즘」등에 대한 공동투쟁을 다짐한 정도이지만 전문가들의 관심은『양국은 군사자료와 전문가를 서로 교환하며 일국은 타국이 소유하고 있지 않은 무기를 공급하는데 노력한다』는 조약 제4조에 쏠리고 있다.
이 조약이 무엇을 노린 것인지, 또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 이 조약문구대로라면 소련의 최 신예 전투기 등 각종 무기가 리비아를 통해 북괴로 넘어갈 수 있게 되어있다.
리비아는 소련의 거대한 무기저장고다. 3천대에 달하는 전차보유고는 미국의 4분의1 수준으로 인구 1천명 당 1대 꼴이다. 미그전투기도 최신의 25형이 55대, 23형이1백75대, 21형이 72대이며, 이 밖의 프랑스의 미라지기가 약1백대 있다.
북괴는 경제를 희생시켜가면서까지 군비증강에 광분하고 있지만 육군에 비해 공군의 수준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가을 중공이 미그21기를 40대 제공한 것이 큰 뉴스가 될 정도여서 우세한 북괴의 지상군에 대해 한국·미국 군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의 공군력에 힘입은바 크다.「양국은 서로 타국이 소유하지 앉은 무기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발동되면 리비아를 통한 북괴의 공군력 증강으로 한반도에서의 공군력의 밸런스가 악화될 가능성울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리비아는 이 같은 조약을 이디오피아·남예멘 등과도 맺어 양국에 대한 소련무기공급의 터널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조약에서 이익을 보는 것은 물론 북괴만은 아니다.
리비아는 완성된 무기를 수입하여 이를 아랍 강경파에 재수출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북괴는 소련의 라이센스를 얻어 각종 무기를 자력으로 생산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새 조약에 따라 북괴가 자체 생산한 무기를 리비아에 공급할 수도 있어 이는 결국 아랍 강경파들에 무기공급원을 넓혀준 셈이다.
최근의 이란·북괴접근을 감안할 때 대 아랍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리비아가 북괴를 경유하여 이란에 무기를 공급할 소지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리비아·북괴관계가 동북아시아에서 미·중·소간의 파워게임의 소재로 등장하게 되리라는 예측도 나 북괴는 표면으로는 중공 쪽에 기우는 듯 하지만 경제체제를 소련과 일체화시키는 헌장이라든가, 무기체계가 소련제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등은 소련의 영향력이 아직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리비아와의 군사동맹조약도 간접적으로는 소련의 북괴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지렛대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공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새 조약이 곧바로 리비아와 북괴와의 무기교류를 실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반드시 그렇게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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