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가수 이성진, 밥상에 연연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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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TV 건강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비타민'에 '위대한 밥상'을 차린지도 어느새 일년이 넘었다.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 내용 개편을 하면서 캐릭터가 될 만한 '밥상맨'을 선정하기로 했다. 평소 유난히 밥상에 연연한다는 측근의 제보 한마디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만장일치 밥상맨으로 뽑힌 가수 이성진. 그는 왜 밥상에 연연했을까.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 학교 끝나고 왔는데 집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배는 너무 고픈데 쌀도 돈도 없고. 맹물은 많이 먹기 역하잖아요. 그래서 보리차를 한 주전자 끓여 먹었죠. 그땐 보리차가 제 밥이었다니까요."

뒤돌아 서면 배고프고 돌멩이라도 씹어 삼킬 나이, 16살. 허기진 성진에게 엄마는 방과 후 간식을 챙겨주는 대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밖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성진은 어머니의 퇴근을 기다리며 뜨거운 주전자가 차게 식을 때까지 보리차를 마시며 견뎠다고.

"하루는 보리차를 마셨는데도 너무너무 배가 고프더라고요. 근데 엄마 오실 시간은 멀었지, 어지러울 정도로 배는 고프지. 하는 수 없이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죠. 그랬더니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살았던 친구 녀석이 차비를 아껴 한걸음에 달려왔더라고요. 손에는 라면 두 봉지를 든 채로. 이날 그 친구가 끓여준 라면이 제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밥상이었어요."

도시락도 못 싸 가지고 다닐 만큼 어려운 형편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계속됐다. 무엇보다 '위'가 아니라 '맘'이 더 고팠을 법도 한 시절. 성진이 그 힘든 시기를 잘 견디어낼 수 있었던 까닭에도 친구가 있었다.

"이때 항상 함께 다니던 세 친구가 있었는데 저를 빼고 모두 통통해서 별명이 '돼지 3형제'였죠. 이 친구들이 제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한 명은 제 것까지 매일 우유를 하나씩 더 갖고 왔죠. 그리고 한 친구는 저를 집으로 초대해 난생처음 샤브샤브라는 것을 먹게 해줬어요. 그때 밥이라는 것이 단지 배가 고파서 먹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죠."

그 시절 성진의 고픈 배를 채워주었던 친구들은 이제 그의 마음까지 든든히 챙겨주는 평생지기가 됐다. 그래서 그가 처음 돈을 벌었을 때 제일 먼저 밥을 샀던 것도 '돼지 3형제'친구들이었다고. 이제는 그 친구들과 보리차 혹은 보리술을 마시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우리의 소박한 밥상맨 이성진. 없어봐야 있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그의 밥상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매주 일요일 저녁 '위대한 밥상'을 잘 지켜내길 바란다. 아자아자 파이팅~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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