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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파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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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금 우주에선 소련 위성 하나가 지구로 추락중이다.
핵연료를 질은 정찰위성 코스모스 1402호.
한반도 상공은 하루 16차례 통과. 여기 떨어질 확률은 1만 분의1. 다행히 궤도의 70%는 바다 상공이다. 그러나 정확한 추락시간과 지점은 아직 모른다. 고도 9·7km에 이르러서야 추락장소를 알 수 있다. 대피시간 여유는 90분.
그 동안 이 위성은 지구 위 2백50km 내지 2백70km의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레이더로 서방 군사활동을 추적하는 것이 임무. 주로 미국항공모함이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코스모스 1402호는 이제 미국 레이더의 추적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
우선 이 위성의 고장사고가 밝혀지기까지 소련은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지난 6일 미 국방성이 이 사실을「공표」하자 소련은 과학아카데미회원의 기자회견까지 자청, 가볍게(?) 부인했다.『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안전하다』-.
미국이 내심 얼마나 고소를 지었을 지는 하루만에 밝혀졌다.
소련은 하루가 지난 7일 끝내「부인」을 부인하는「공식발표」를 했다. 결국 미국의 레이더 추적을 뿌리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우선 기술수준에서 소련은 패배를 자인한 셈이다.
이제까지 미·소의 우주경쟁은 기술면에서 우열이 분명치 않았다.
다만 73년의 중동전과 82년의 포클랜드전쟁 무렵 소련이 거의 매일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그만큼 위성의 수명이 짧다는 증거다. 소련의 코스모스 계획은 지난 21년 동안 1천5백호에 이르러 평균 5일에 한 개씩 발사해온 셈이다.
미국의 정보위성들은 핵연료를 쓰지 않는다. 그래도 수명은 소련의 위성을 앞선다. 미국은 l백50일, 소련은 12일. 더구나 이번 경우를 통해 미국 위성의 정보수집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입증할 수 있었다.
코스모스 l402호에 실린 핵연료는 우라늄 235. 스트론튬 90, 그밖에도 플루토늄과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다. 위성의 부서진 조각들은 대기권에서 불타버려도 완전 소각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지난 78년 1월 캐나다 북부에 떨어진 코스모스 954호는 반경 9백60km, 넓이 한반도 면적 13배의 광활한 지역에 방사능 낙진 3천여 조각을 뿌렸었다. 그 청소비만 6백만 달러. 소련은 그때 3백만 달러를 보상했다. 지금 지구궤도에는 미-소 두 나라에서 쏘아 올린 각종 위성의 잔해 3천5백여 개가 들고 있다.
지구를 선회하며 활약중인 위성도 9백여 개. 이들은 수명이 다하면 자주 미아로 떠돌아 다닌다. 그 중에는 위성 파편이 대기권에 다시 돌입하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자주와 지구는 우주쓰레기장이 될 것도 같다. 소설 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그 사실을 우리는 코스모스위성 추락에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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