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원 짜리 송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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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생님도 뛴다」는 바쁜 섣달그믐이지만 못다 받은 품삯 1천7백원을 소송 끝에 받아내게 된 어느 식당의 주방 아줌마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화폐가치로만 따진다면 l천7백원은 그야말로 하찮은 액수다. 그렇지만 이 아준마는 금액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정당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댓가, 즉 자신이 누려야할 권리는 조금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이 아줌마가 몇 년간의 미국생활로 합리적 권리의식이 강해 소송을 냈을 것이라고도 해석한다. 또 웬만한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양보는 미덕이란 사고 때문에 이를 포기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소송이 있었고 그때마다 신문에 대서 특필됐다. 고장 난 공중전화기에 넣은 5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고속버스의 요금을 환불하라는 소송도 기억난다. 이런 소액의 소송일수록 화해로 끝나 판결까지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할 것은 최근 부쩍 대두되는「소시민의 권리의식」고조다.
「침묵은 동의이다」라는 법률격언이 있다. 또「권리는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고 추구하는 자를 보호한다」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모두 적극적인 자세로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공은 비례」란 말도 결국은 자신의 주장을 떳떳하게 내세우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모든 사소한 문제를 정으로 해결하지 않고 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법은 자주 들먹이면 들먹일수록 세상이 그만큼 썩 각박해진다는 우려다.
우선 정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법에는 가급적 기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들은『법은 가까울 필요는 있지만 너무 친할 필요는 없다』고도 말한다.
그렇지만 강자의 횡포에 대한 약자의 적은 권리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약자들의 권리의식이 이 주방 아줌마처럼 투철해지면 강자의 횡포는 사라지고 이러한 송사는 자연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 아닌가.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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