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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파동의 연속|82년엔 "말"도 많았다|채찍과…해학과…말 따라 거슬러 가본 각계 365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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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월은 가도 말은 남는다. 올해 따라 대형 사건 사고에다 실명제 파동, 한일 교과서 파동 등이 겹쳐 말도 유별나게 많았다. 따지고 보면 정치나 외교는 대부분「말」의 교환이고 방침이나 계획도 풀이하면 「말」일 수밖에 없다. 오고 간 「말」로 한해를 정리해 본다.

<검사님도 한번 교도소에…>
○…금년을 뒤흔든 가장 큰 사건이라면 역시 이철희·장영자 사건이다. 그 바람에 개각이 두 번 있었고 국회가 열렸으며 민정당의 당직개편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숱한 말들이 오고 갔음은 물론이다. 『경제는 유통이다. 머물러 있는 경제는 있을 수 없다』 (7·7 이·장 사건 첫 공판에서 장영자 피고인의 견질 어음 유통 이유 진술) 『경제는 전쟁이다. 전쟁에는 승패가 있고 경제에는 손익이 있다. 패배나 손실을 원하는 사람이 있느냐』(동).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검찰은 산을 물로, 물을 산으로 하려고 한다』 (11·1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장 피고인 최후 진술).
『우리는 창당 초기에 자장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자동차 2대로 활동을 했고 심지어 창당요원들에 대해서는 월급도 제대로 못 주었다』 (5·12 이종찬 민정당 총무, 장 여인 사채의 정치 자금 설에 대해).
『파도처럼 난무하는 구설수에도 민정당이 그럴 리 있느냐고 편들어 주는 소리가 없는 것은 사회의 뿌리가 깊지 않기 때문이다』 (5·18 이재형 민정당 대표위원).
『건국이래 이처럼 짧은 기간에 그렇게 많은 사건·사고가 난적이 없었다』 (7·3 유창순 총리 민정당 방문 퇴임 인사).
『오늘 아침 모 TV연속극을 본 유권자가 「민나 도로보 데쓰네」(전부 도둑이다)라고 하더라. 여기 앉아있는 재무부 관리나 정치인 중 도둑X 아닌 자가 있는가』 (5·15 이·장 사건을 다룬 국회 재무위에서 이영준 의원).
『불과 1년 2개월 사이에 20억 원을 5백억 원으로 늘린 장 여인을 재무장관 고문으로 기용한다면 우리 나라의 자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5·29 국회에서 이성수 의원 대정부 질문).
○…윤 노파 피살사건, 여대생 피살사건의 두 피고가 무죄가 되는 과정에서 나온 말들도 오래 화제가 됐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 (1·24 박상은양 사건의 정재파군 구속과 관련한 법관들의 말) 『자백의 임의성은 있으나 신빙성이 없다』 (윤 노파 피살사건의 고숙종 피고인과 박상은양 사건의 정재파 피고인에 대한 1심 무죄 이유).
『검사님도 한번 교도소에 들어와 보십시오. 나처럼 얼굴이 수척해질 겁니다』 (9·23 합소심 첫 공판에서 정재파 피고인).

<×청장은 언론도 조달하나>
○…이·장 사건 파동의 수습책으로 나온 7·3조치 (실명제)는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수많은 찬반 논의를 불러 일으켰다. 나중에 실명제 연기를 찬성한 인사가 초기엔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하 경제를 발본할 때까지 실명제의 수정이나 예외의 적용은 있을 수 없다. 실명을 기피하는 사채 거래는 범죄 행위다. 일단 걸렸다하면 조세상 온갖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7·3 강경식 재무장관). 『정부가 쇼킹한 조치를 쇼킹한 방법으로 발표하니 국민은 물론 공무원들도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 (7·9 당정정책 조정회의에서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 .
『주요 경제 정책이 내각 밖의 힘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경제 각료와 상의해서 한 것이다』 (8·21 강 재무).
『민정당이 수정한 7·3조치 정부안은 「팥 속없는 찐빵」이요, 「춤추는 정책」이다』 (8·20 국회 재무위에서 김문원 민한 의원).
『실명제 실시는 나의 경제 철학이다』 (9·9 김준성 부총리 관훈 클럽 연설).
『실명제를 둘러싼 정부·여당 측의 미숙을 시인한다. 접근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고, 마침내 정부 스스로 체면을 손상했다…』(11·15 박태준 국회 재무 위원장 중앙일보와의 회견). 『금융 실명 거래법안은 4개월간의 이전 투구 끝에 태어난 미숙아다』 (12·17 국회 본 회의에서 이성수 국민당 의원).
○…3월 미국 쌀 도입 스캔들을 다룬 국회에서 기상천외의 문답이 오갔다.
『김주호 조달청장은 6백만 달러의 사나이』 (3·9 안건일 의원 국회 농수산위의 외미 과다 도입 사건 질의).
『조달청은 우리 농민은 생각 않고 미국 미곡업자의 봉 노릇이나 한단 말인가』 (동일·김진배 의원 질의). 『좀더 빨리 보도 내용을 알았더라면 언론기관에 부탁해 기사가 안나가게 했을 것이다』 (동일 김주호 조달청장 답변).
『조달청이 쌀만 조달하는 줄 알았더니 언론도 조달하느냐』 (3·12 이의영 의원 국회 문공위에서 대 문공 장관 질의).
『내 3남매에게 아빠는 정말 깨끗했다는 사실을 유산으로 남겨줄 작정입니다』 (3·15 김주호 조달청장 중앙일보와의 회견).
○…일련의 사건·사정의 수습 총리로 들어선 김상협 국무총리는 이색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막힌 데는 뚫고 굽은 곳은 펴겠다…』는 취임 소감을 유행어가 될 정도로 입에 오르 내렸다.
『어려움이 많겠지만… 막힌 데를 하나하나 뚫어나가고 믿지 않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훈훈한 분위기로 바꾸어 나가겠다』 (6·25 김상협 국무총리 취임회견).
『항간에서「정치총리」라고 하는데 정치라는 말의 이미지가 좋지 않으니「정치학 총리」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 (7·1 김 총리 취임 후 첫 기자단과의 간담회).
『총리를 하느냐 마느냐가 문제였지 조건은 없었다. 남의 나라라면 내몰라 하겠지만 이 땅이 내 나라이기 때문이다』 (동).
『뚫는 본인이 터널 속에 들어가 있으면 아무리 뚫어도 뚫렸는지 모르다가 마지막 암벽을 깨고서야 신천지가 전개된 것을 알게된다』 (10·6 국회 본회의에서 김 총리 막힌 곳 중 어떤 곳을 뚫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
『우리 행정은 수직적 명령 계통은 질서가 있으나 수평적 협조가 안 되는데 약점이 있다』 (11·25 김 총리 제주 순시).
○…6번이나 있었던 개각으로 잦았던 장관들의 이·취임사 등 몇몇 기회에 매운 말들이 더러 있었다.
『우리 나라 경제는 8기 통 차체에 4기 통 엔진을 단것이나 마찬가지다. 언덕을 오를 때는 주력을 잃고 한계에 부닥친다. 지금은 차체와 엔진을 바꾸는 진통을 겪고 있다』 (4·27나웅배 재무장관).
『건설부 장관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노가다」 (토방·토목의 일본말)십장이다. 앞으로 건설 현장은 어디든 구석구석 다닐 것이다』 (1·22 김종호 건설장관). 『장관은 과용이다. 에너지 정책은 양약이 아니고 한약과 같아 그 효과가 뒤늦게 나타난다』 (6·24 이선기 동자부 장관 이임식에서).
『새마을 운동은 정신적 프롤레타리아의 정치운동이다』 (11·30 새마을운동 중앙 본부의 「새마을 운동의 정치철학」특강에서 이규호 문교부 장관).

<건설장관은 「노가다」십장>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파동은 격정적인 대일 규탄 발언도 양산했지만 국민 감정을 지나치게 격앙시켜서는 곤란하다는 말들도 있었다.
『이규호 문교 장관은 일본이 왜곡 교과서를 시정 않을 경우 자결할 용의는 없나』 (8·5 국회 문공위에서 심상우 민정의원).
『자결할 만큼 확고한 결심을 하고 있으나 배를 가르는 자결은 어쩐지 일본 냄새가 난다』 (동일 이 문교).
『일제 식민지 유산 청산 1호는 중앙청 건물의 철거가 돼야한다』 (동일 임재정 민한 의원).
『한 손에는 화약을, 다른 손에는 소방호스를 들고 대처하자니 고충이 많다』 (7·31 교과서 왜곡 문제에 관해 민정당 고위 당직자).
『서로 싫다고 멀리 이사를 갈 수도 없는 한일 두 나라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도록 서로 노력하자』 (7·27. 제주 능률협회 세미나에서 「마에다」 주한 일본대사).
○…「말」이라면 국회·정당을 빼놓기가 어렵다. 야당 간부들의 말 중에는 야당의 오늘을 잘 나타내주는 얘기들이 적지 않다.
『당에서 나의 후계자가 되려는 사람은 성급하게 앞질러 가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내가 사무총장·최고위원·총재가 된 것은 아둥바둥해서 된 것이 아니라 저절로 끌려들어온 것이다』 (2·18 유치송 민한당 총재).
『국민당은 물결에 씻길수록 윤기를 더해가고 더욱 단단해지는 수석이다』 (1·23 김종철 총재 국민당 창당 1주년 기념식 치사).
『새벽은 찾아 나서는 사람에게 다가오는 것이지 깊은 잠 속에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오지 않는다』 (1·16 민한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신상우 사무총장).
『우리 나라의 정치 발전은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미·일·서구의 가치관을 따라야지 중남미 국가 유형이어서는 안 된다』 (2·6 김종철 국민총재).
『재야가 우리에게 배지를 뗄 것을 요구하면 우리는 호롱불을 들고서라도 의회를 지키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5·31 신상우 민한 의윈).

<계획은 풍년, 농민은 기근>
○…의원들의 발언 수위도 상당히 높아졌지만 당대표 연설에서 그런 면모가 더욱 뚜렷했다.
『주인이 살지 않는 빈집은 강아지도 지키지 않는 것처럼 지켜야할 자유가 깃 들지 않은 조국은 지킬 가치도, 지킬 방법도 없어지는 것이다』 (3·2 김현규 민한당 정책의장 국회 본회의 대표 연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제1 공화국이니, 제3 공화국이니 하는 역사 의식에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는 한국적 불행을 탈피하고 「몇 대」대통령을 조용히 탄생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 (3·2 윤석민 국민당 부총재 국회 본회의 대표연설).
『입법부는 항상 조용하기만 한곳은 아니고 오히려 가끔 소란스러운 곳이다』 (4·26「조지·부시」미 부통령 국회 연설),
○…국회 질의 답변과정에선 정곡을 찌르는 매서운 질문과 해학도 있었다.
『나는 기독교 신자로 거짓말을 못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할 수가 없다』 (10·19 국회 보사위에서 김정례 보사부 장관 의보 일원화 문제에 관해 울며 호소).
『해방 후 농수산 장관이 35번째나 바뀌는 동안 1만5천건 이상의 각종 시책이 발표돼 계획은 풍년이나 농민은 실질계획 기근으로 무감각 상태에 있다』(11·9 조상내 민정의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투기에 본 때를 보이겠다』(11·10 국회 건설 위에서 김종호 건설장관).
『「본 때」가지고 국민을 다스리겠다는 건가. 「수」가 아닌 법으로 하라』 (동일 정동성 민정 의원).
『재벌에 토지 수용 권을 주면 조자룡 헌 칼 쓰듯 하여 도시 재개발이 아니라 재벌 재개발이 된다』 (12·13 국회 건설 위에서 김형래 민한 의원).
『동학 농민 혁명은 프랑스 혁명과 맥을 같이 하는데 프랑스 제는 혁명이고 조선 제는 운동으로 왜곡 평가할 수 있느냐』 (12·16 국회 본회의에서 이규정 의정 의원) .
○…외신 텔렉스에서 잡힌 말도 적지는 않다.
『대안이 없거든 입이나 닥치쇼!』 (Shut up or Put up)는 「레이건」미 대통령이 지난 8월 사회복지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공화당 하원 의원들에게 내뱉은 말.
『포클랜드 전쟁의 공정 보도(아르헨티나 주장의 보도)는 영국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 (2월 포클랜드 전쟁 보도와 관련, 「영국의 방송이냐, 아르헨티나의 방송이냐」라는「대처」수상의 비난에 대한 BBC 방송 측의 주장).
『우리는 아직 칼을 칼집에 꽂지 않았으며 마지막 테러 분자가 남아 있는 한 그럴 것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후「샤론」이스라엘 국방상의 말).
○…『본인은 무엇에 서명하지도, 사임도, 선언도, 개입도 한 게 없다』 (「바웬사」폴란드 자유 노조 지도자).
『우리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고향에 돌아갈 권리가 있다』(「야세르·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이 지난 9월로 레바논을 떠나면서 남긴 말).
○…연예계에서는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모 밤업소 선전 TV광고에 나와 『일단 와 보시라니까요』라는 말이 크게 유행했고 개그맨 김형곤군이 TV쇼에 나와서 했던 『웬일이니?』도 특히 젊은 층과 학생들 사이에 말끝마다 회자되는 유행어로 한해를 풍미했다.
연말에 언론계에 화제가 됐던 『오보』 시비를 둘러싸고는 주로 매스컴을 전공한 학자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켜 언론이 통감해야할 책임은『오보보다는 무보』라는 말이 대두됐고 한쪽에선 『오보보다는 축소 보도가 문제다』 『작은 사실의 확대 보도도 지양해야 한다』는 경구가 오갔다.
○…제9회 뉴델리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28개로 북한(금17)을 앞도 하자 『남북대결 시대 지났다』는 말이 등장. 정주영씨는 체육회장에 취임하면서 체육계의 시설 불비를 얘기하자 『못난 농부가 쟁기 탓한다』고 했고 재벌 회장 말이 나오자『나는 봉이 아니다』고 방어.
금년에 선을 뵌 프로야구계에선 『어린이에 꿈을, 젊은이들에겐 정열과 낭만을, 국민에게는 건전한 여가 선용을 캐치프레이즈로 내놓았다』.
88 올림픽을 두고는『적자 없는 올림픽』이 목표로 나왔다.
노태우 초대 체육부 장관은 『체육인이 가난한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 단속이 한창 심할 때 투기꾼들은 『개포에선 끝났으니 고덕에서 만납시다』 라는 말을 던졌다.
투기와 관련, 『정부는 투기를 일으키는 큰 회사에 끌려 다니지 말고 중소 기업체가 짓는 집을 사서 무주택 자에게 싸게 팔면 부동산 투기는 없어진다』는 말도 나왔다(12·1 조동순 수정 빌라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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