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은 품팔이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인들은 미쳤다 할 정도로 새것을 좋아한다. 작년에 제작된 계산기나 비디오, 지난달에 만들어진 시계와 스포츠웨어를 가지고 다니거나 입고 다니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쓸수가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형이냐, 아니냐가 문제인 것이다. 흉내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재주는 비상한 것이다.
동아시아컨설팅그룹의 연구책임자인 「줄리언·지레서」(Julian Giresser)가 언젠가 『일본인둘과 기술경쟁을 한다는 것은 소련과 군비경쟁을 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한말이 정말로 실감이 났다.
만약 서기2000년대에 백인이 주도하는 세계가 무너진다면 그것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 때문일 것이며, 동시에 그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을 따라가는 서구인들때문일 것이다.
지금 아시아는 일본 뿐만아니라 모든 국가가 살아 움직이고있다. 신문을 펼쳐들면 아시아인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할수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의 정유기술을 도입하고 있고 말레이지아광산에서는 한국인들이 개발계획을 세우고있으며 오늘은 이쪽나라에서 무역대표가 저쪽나라로 날아가고 내일은 정부요인이 저쪽나라에서 또다른 나라로 달려가고 있다. 내눈에는 이들과 경쟁해서 이길 희망이 도저히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아시아인들이 전자시대를 준비하고있는 사실을 간과한다면 21세기는 분명히 백인들이 품팔이노동자 클리가 월 것이다.
아시아의 네나라- 이른바 「The Gang of Four」로 불리는 네 신공업국가들은 더러운 창고속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 값싼 섬유상품을 만들어 파는 그런 상태에서 시작해 지금의 부를 쌓아 올렸다.
이제 그들은 과거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맞곤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에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는데 한국은 과거 섬유등 경공업에 의존했었지만 이제는 선박·철강의 중공업을 일으키고 지금은 새로운 전자시대에 접어들고 있었다. 한국의 김덕중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영국이 섬유시장을 도로 찾았다고 좋아하는데 이미 우리는 섬유산업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과거일 뿐이다. 섬유산업은 파키스탄·방글라데시·태국등 아직도 노동집약적인 국가에 넘겨주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가고있다.』
그러면 어떻게 한국이 이렇게 앞서 나갈수 있게 되었나? 그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쉽게 알수있다. 전형적인 한국 화이트칼러계층은 아침 7시30분부터 하오8시30분까지 일하며 그것도 1주일에 6일동안 일하고있다. 김교수의 말은 이렇게 계속된다.
『어떤 기업가는 1년에 7∼8개월간을 외국여행에 할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토요일을 쉬고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할수가 없다.』 이같은 믿을수 없는 상황은 나머지나라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자유중국 수도 타이페이 남쪽에 있는 신죽과학단지를 방문했었는데 그곳에서 로보트가 쉴사이없이 일하고 있고 엄청난 기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수 있었다.
이 과학단지는 작년에 조성되어 첫6개월동안 19개공장이 가동되어 약7억달러의 수출품을 만들어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3년동안 가내공업적인 공장을 정리하고 2백50개의 공장에서 말레이지아노동자들을 해고. 본국으로 돌려보낸 대신 일본으로부터 로보트롤 사들였다. 이같은 정책이 취해진 것은 소규모 가내공업은 장래가 전혀 없기때문이다., 이광요싱가포르수상은 장래에 석유산유국인 인도네시아, 자원부국인 말레이지아를 원자재공급국으로 만드는 동시에 이들나라가 공업을 일으키려할때 「노하우」를 수출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