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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다" "TK 중용"…인사문제로 시끄러운 행자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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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정종섭 장관)가 요즘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면서 시끄럽다.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공룡 부처'였던 안전행정부에서 11월19일부터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가 분리·신설되면서 남은 조직이 행자부로 따로 출범했다. 몸집은 다소 작아졌지만 본부와 산하 기관 등 2000여명으로 구성된 행자부의 미션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특히 민선 지방자치가 20년을 지나면서 누적된 폐단을 혁신해야 하는 임무는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러나 요즘 행자부가 혁신의 노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시민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자부의 실·국·과장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행자부 공무원들 입에서 '원칙 없는 인사' 'TK(대구·경북) 중용 인사' '조직분야 출신의 독주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행자부 공무원들은 옛 총무처(중앙인사위원회) 출신으로 조직·인사 부문에서 주로 일했던 간부들의 '대약진'을 가장 많이 입에 올리고 있다. 특히 민감하게 보는 인사는 김성렬(행시 27회·포항·고려대) 창조정부조직실장의 거취다. 행자부에 따르면 김 실장은 최근 행자부 1급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요직으로 꼽히는 지방행정실장에 내정됐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조직분야 전문가로서는 훌륭하지만 총무처(중앙인사위) 출신이어서 지방행정(옛 내무부)은 주전공이 아닌데 발탁하는 것이 뜻밖"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 간부는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경북고 직계 후배라는 요인이 음양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조직분야의 한 간부는 "김 실장이 경기도부지사를 지냈고 추진력과 리더십이 뛰어나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내무부 출신인 최두영 기획조정실장(행시 28회·강원·서울대)은 소속기관인 지방행정연수원장으로 내정됐다. 이에 대해 지방행정 쪽에서는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해 지방행정실장으로 유력했는데 이번에 밀려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최 실장의 자리에는 김성렬 실장 밑에서 일해온 전성태(행시 31회·제주·고려대) 조직정책관이 기획조정실장에 내정돼 인사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의 후임으로는 역시 1년전까지 김 실장 밑에서 일했던 심덕섭(행시 30회·전북·서울대) 전라북도 행정부지사가 내정됐다.두 사람(전성태·심덕섭)은 조직통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주석(행시 27회·봉화·중앙대) 지방재정세제실장은 본부에 잔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행자부 간부는 "이렇게 되면 본부 1급 실장 자리 4개 중에서 3자리를 총무처 출신 또는 조직 전문가가 차지하게 된다"며 "옛 내무부 출신은 재정세제통인 이주석 실장이 있지만 순수한 지방행정 전문가는 한 명도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그는 "김성렬 실장이 조직과 지방행정의 교류 차원에서 이동한다면 지방행정 출신도 조직 쪽으로 가야 인사의 균형이 맞다"며 "최두영 기획조정실장이 한직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에 조직 출신이 앉으면 교류라는 원칙도 없는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주 출신인 정종섭 장관과 같은 TK 출신이 대거 약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실제로 포항 출신인 김성렬 실장, 당초 산하기관 이동설이 나왔던 이주석 실장도 봉화출신으로 TK로 분류된다. 행자부의 한 간부는 "본부 일반직 국장급 자리 16개 중에서 5개가 TK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실제 인사조정에 따라 이 숫자는 다소 유동적일 수 있지만 '쏠림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단행된 과장급 인사에서도 행자부에서 요직으로 분류되는 지방행정과장과 교부세과장에 TK출신이 앉았다고 한다.

일련의 인사 움직임에 대해 한 행자부 국장급 공무원은 "조직 내부에서조차 공감하고 수긍할 수 없는 인사가 진행중이어서 솔직히 열심히 일할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급 공무원은 "청와대는 '십상시(十常侍)'논란으로 기강이 흐트러진 상황인데 일선 정부 부처라도 공무원들이 일에 집중하도록 하려면 어느 때보다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논란을 일으키는 인사를 강행하면 박근혜 정부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의 마음이 멀어지고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볼 수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간부는 "정 장관이 전북 출신을 인사기획관과 지방행정국장에 발탁했고 조직실장 내정자도 전북 출신이어서 TK출신이 요직을 독식한다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해명했다.

김일재 행자부 인사기획관은 "새로 출범한 행자부의 인사 방향에 대해 장관께서 과거 답습식 인사 보다는 큰 틀에서 국가와 국민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조직의 맨파워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초기에 일부 쏠림이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단계적으로 보면 균형이 잘 잡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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