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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여자 화장실엔 남자 소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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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민국 여군이 창설된 지 올해로 64년이다. 2010년 6598명이던 여군 수는 지난 6월 9228명으로 늘었다. 내년이면 1만 명을 넘고, 군은 2020년까지 1만2165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전체 장교의 7%, 부사관의 5%를 여성 인력으로 채울 계획이다.

 문제는 양적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근무여건이다. 일부 야전부대에선 남자 소변기가 그대로 있는 화장실에 팻말만 ‘여성용’이라고 단 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국방부 일부 별관 건물에는 여성 화장실이 없어 인근 건물로 화장실 원정을 가는 경우도 있다. 여군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도 여전하다. 지난해 2월 만삭의 여 중위가 과로로 쓰러져 사망하는가 하면, 육아휴직이나 생리휴가 사용에 인색한 남자 상관들이 적지 않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군은 전체의 30%를 밑돈다. 또 회식 자리에 동석을 요구받거나 술을 따르라는 요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현역 사단장이 성추행을 하다 긴급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군은 최근 특정인을 지정해 술을 마시지 말고 회식 장면을 감시하라는 회식 지킴이 제도까지 도입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여군정책발전 토론회’에서 “여군의 복무여건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남성 중심의 군 문화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여군정책을 추진해 여군이 자부심을 가지고 군 복무에 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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