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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허웅,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맞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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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허재(左), 허웅(右)

피는 못 속인다던가. 프로농구 KCC 허재(49) 감독의 장남 허웅(21·동부)이 코트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허웅은 지난 14일 삼성전에서 18점을 올리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동부에 입단한 허웅은 이날 프로 데뷔 이후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무릎 부상을 당한 허웅은 복귀 2경기 만에 펄펄 날았다.

 동부는 고공 농구와 질식 수비를 펼쳐 ‘동부산성’이라 불린다. 올 시즌 3위(16승9패)를 달리고 있는 동부는 10개 팀 가운데 실점(평균 67.7점)이 가장 적다. 전통적으로 동부 가드는 장신 포워드와 센터를 돕는 조력자였다. 그러나 허웅은 그동안 동부에서 볼 수 없었던 공격형 가드다.

 허웅은 올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평균 5.5점, 1.6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수치상 월등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버지 허재 감독이 현역 시절 그랬던 것처럼 고비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주는 ‘클러치 슈터(Clutch shooter)’다.

 동부 포워드 윤호영(30)은 “웅이는 팀이 필요할 때 개인기로 결정적 득점을 올리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영만(42) 동부 감독은 “웅이가 코트에 들어가면 에너지가 넘친다. 슛과 돌파력을 겸비했다”고 말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4순위로 허웅 대신 김지후(22)를 뽑은 허 감독은 올 시즌 9위에 머물러 있어 마음고생이 심하다. 허 감독은 “주위에서 드라이브인(drive in·드리블하며 수비를 뚫고 들어가는 기술)이 나랑 닮았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웅이가 부담을 느낄까봐 전화통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형길 KCC 단장도 “허웅은 허 감독과 움직이는 선(線)이 닮았다”고 말했다. 허웅은 오른손잡이인데도 왼손잡이 허 감독과 레이업 동작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한편 삼성은 16일 전자랜드를 75-66으로 이기고 6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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