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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0% 아래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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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4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어제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7%였다. 지난주(12월 첫째 주) 지지율 46.3%보다 6.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각종 돌발 악재가 터져 나왔을 때도 4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여온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앞서 중앙일보의 조사(10~11일)에서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2.1%로 한 달 전(11월 7~8일)보다 4.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건 두말할 필요 없이 청와대 문건 파동의 충격 때문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비선 실세들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시점부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해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 2년차에 벌어진 권력 내부의 암투에 박 대통령을 지지해 온 ‘집토끼’들마저 실망하면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문건 정국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정윤회씨 등 비선(秘線) 실세들의 국정농단과 인사개입 의혹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정씨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간 암투 의혹이 덧붙여졌다. 청와대 문건 100여 장이 정보 장사꾼들 사이에 거래돼 대기업 직원에게까지 흘러 들어간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총체적 난국이고, 기강해이다. ‘정윤회 문건’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국정 개입은 없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지만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의 낙마 사고가 이어질 때마다 비선 실세들의 인사 개입설이 거론돼 왔던 터여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방법은 국정 쇄신밖에 없다. 대대적인 인사가 출발이 돼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문건 사건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물어 청와대 비서실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문건 파동의 중심에 선 비서관 3인(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누리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 걸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취임 초부터 지적돼 온 소통의 문제도 심각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토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의장은 어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두 번 정도 (직통 전화로) 연락했는데, 핸드백에 넣고 다녔는지 두 번 모두 꺼져 있었다. 정무수석을 통해 죄송하다는 말을 들었고, 수행비서의 번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조차 대통령과 한 번도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하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미 정치권에선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도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다. 이래 가지고서는 제2, 제3의 문건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쇄신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