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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교육 시스템]흑백 격차 줄이려 흑인은 대입 더 쉽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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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은 원래 극심한 인종차별정책을 시행해왔다. 영국·네덜란드 등에서 이주해온 소수의 백인이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원주민인 흑인을 차별한 것이다. 거주지를 철저히 분리했고, 흑인은 백인이 이용하는 학교·버스·식당·극장 등엔 갈 수 없었다. 하지만 남아공 정부가 인종차별정책을 1991년 폐기하면서 흑인도 백인 거주지에서 살 수 있게 됐다. 이후 94년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96년엔 ‘모든 사람은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 교육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신헌법 채택으로 점점 더 많은 흑인이 교육 기회를 누리고 있다.

 남아공 학제는 초등학교 7년, 중·고등학교 5년이다. 대학은 3년제 정규대학과 직업기술에 중점을 둔 2~3년제 전문대학으로 나뉜다. 의무교육은 법률상으로는 10년이다. 유치원에 해당하는 R의 마지막 1년부터 중학교 과정인 9학년까지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재정 문제로 완전한 의무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백인과 흑인의 교육 격차는 여전히 심하다. 백인은 유럽 선진국 수준에 맞먹는 사립학교나 시설이 잘 갖춰진 국립학교에 진학한다. 이들 학교에서는 승마·골프·발레·밴드 활동 등 다양한 액티비티와 영국 명문대 탐방 등 체험활동도 한다. 반면 흑인 거주지 국립학교는 물과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이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남아공 정부는 이런 격차를 없애기 위해 흑인 거주지 학교에 물과 전기 시설을 완비하고, 인터넷 연결을 통해 IT교육을 하는 것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인종차별 관습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외부인 눈에는 ‘백인에 대한 역차별’로 비칠 정도로 흑인의 권익 보호가 강조되는 추세다. 흑인에 대한 세금 감면은 물론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커트라인도 다르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들어가더라도 백인 학생은 흑인 학생에 비해 20점 이상 높아야 합격할 수 있다. 취직할 때도 흑인에 대한 혜택이 상당해, 경찰이나 공무원은 현재 흑인이 대다수다.

 학교 진학이나 취업 관련 서류에는 인종을 표기하는 란이 있다. 여기에 보통 백인과 흑인 둘로만 구분해놓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민자나 이주민 관련 서류조차 인종 표기란에 백인과 흑인으로만 구분돼 있다. 중국인을 포함한 대다수 아시아인들은 세금이나 취업, 진학에 도움을 받기 위해 ‘흑인’으로 표시하는 데, 한국인은 거의 ‘백인’으로 표시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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