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방귀쟁이?… 보통 하루 13~15회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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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 주변에는 방귀와 관련된 우스갯소리가 많다. 한국인이 유난히도 가스를 많이 생산하기 때문일까.

단정하긴 어렵지만 가능한 추론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콩.채소.과일.생식 등이 가스를 잘 만드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이들 식품이 가스를 유발하는 것은 사람의 소장에 분해할 효소가 적거나 없어서다.

우유도 '가스 생산 식품'이다. 특히 선천적으로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거나, 분해능력이 떨어진 노인이 우유를 마셨을 때 '가스탄'이 되기 쉽다. 대신 유산균(유당분해 효소 분비)이 든 요구르트를 먹으면 가스 발생 가능성이 낮아진다. 정상적인 방귀 횟수는 하루 평균 13회. 25회까지는 정상의 상한선으로 봐준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효종 교수는 "26번 이상 가스를 뿜어대도 일시적이거나 다른 증상들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잦은 가스와 함께 복통, 식욕부진, 체중 감소, 불규칙한 배변 등이 동시에 나타나면 직장암 등 대장질환, 영양분 흡수장애의 신호음일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냄새가 고약하다고 해서 대장 질병이 있다고 연관짓기도 어렵다. 대개는 가스에 유황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을 때 냄새가 심해진다. 계란.육류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은 뒤 고약한 가스 냄새가 나는 것은 이래서다. 냄새가 지독한 가스를 흔히 '계란 방귀'라고 부르는데 이는 계란 흰자에 단백질이 풍부한 것과 관련이 있다. 반면 쌀밥.보리밥 등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한 뒤에 나오는 가스는 소리만 요란할 뿐 냄새는 심하지 않다.

방귀 소리는 작은 구멍(항문)을 통해 가스가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항문 주위가 떨리는 것이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고병성 교수는 "특정 질환이 없으면서 소리가 큰 것은 장이 건강하다는 의미이나 가스의 통로가 일부 막혀 큰 소리가 나는 치질 환자는 예외"라고 지적한다. 지나친 가스 발생으로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콩.채소.우유 등 가스를 잘 만드는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개선 방법이다.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는 껌.사탕.탄산음료도 좋을 게 없다. 물을 적게 마시거나 음식을 천천히 먹는 방법, 식사 도중 말을 아끼는 것도 가스 발생 횟수를 줄이는 일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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