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때 됐다"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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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기국회 막바지의 정치의안협상과정에서 지방자치제 실시문제가 새삼 중요쟁점으로 부각됐다. 여야총무회담이 국회내무위에 계류중인 지방자치제관계법개정안의 심의를 내년6월까지 일단 끝내기로 한데 이어 이재형민정당대표위원이 최근 또 이 문제에 언급해 관심을 고조시켰다. 물론 총무회담의 합의내용이 지자제질시를 위해 긍정적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대표의 발언도 지자체실시의 구체적인 힌트는 아니었지만 종전의 민정당입장과는 다소 달라진 것이 아닌가하는 희망적 관측이 주로 야당가에서 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5공화국 헌법은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통일될때까지 유보했던 유신헌법과는 달리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자체에 관해서는 여야간에 이론이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논의의 초점도 「실시시기」와「재정자립도」에 집중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지자제관계법은 국민당이 81년 11월2일 제출한 「지방자치제실시시기에 관한 법안」과 동년11월25일 민한당이 제안한 「지방자치법개정안」 및 「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개정안」 등 3건이다.
국민당 제출법안은 83년12월31일 이전까지 서울시·직할시·도의 의회및 장의 선거를 실시하라는 것이고 민한당제출의 두 법안은 시·도의 지방의회 의결을 요하는 사항에 대한 내무장관의 승인제도를 폐지하고 83년12월말까지 지방의회구성을 끝내야한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이들 3개 법안은 금년3월에야 비로소 내무위에서 제안설명이 됐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소위구성을 끝내 계류중이다.
민한·국민등 야당은 헌법에 규정된 재정자립도가 서울·부산등 대도시는 이미 90%를 넘어 실시할 단계가 됐고 기타 도도 지방재정 교부금제도를 개선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5·16혁명으로 중단된 지자제를 국민소득 2천달러에 육박한 현시점에서는 더 늦출 명분이 없고 제5공화국의 이념인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해야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지방자치를 통해서만이 지방적 특수성과 창의성이 존중될 수 있고 획일적인 행정의 경직성을 개선하며 주민의 재정부담을 주민의 복지와 직접 연결시킬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정당은 실시원칙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현재의 국내여건으로서는 지자제실시를 위한 몇가지 전제조건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재정자립도면에서 아직도 문제가 없지않고 행정구역의 재조정등 기반조성이 안돼 있으며, 우리의 정치문화나 정치풍토가 아직은 지자제를 수용할 만큼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은 우리의 경제발전수준이 아직은 지방적 특수성의 고려보다는 광역행정단위의 획일적 실시가 경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고 공공서비스의 전국적인 균형배분도 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측은 『재정자립도를 감안하여 순차적으로 지방의회를 구성한다』는 헌법 부칙에 따라 재정자립도가 90%이상인 서울등 4대도시부터 지방의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하지만 정부·여당은 여기에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번 정기국회본회의 답변에서 김상협총리는 『만약 지방자치를 재정자립도에 따라 실시할경우에는 지방간의 우열의식, 지방간의 격차등 국민간에 분열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전반적으로 어느 수준 이상의 재정자립도를 갖춘 후에 자치제를 실시하는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자립도에 관해 야당은 전국평균 62·2%, 서울·부산·인천등 대도시는 90%를 훨씬 넘어 자치제실시에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민정당은 시·도의 교육재정 자립도를 포함할때는 42·5%에 불과해 결코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직 아니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서울시장은 국회답변에서 서울시가 추진중인 2조3천억원의 지하철공사를 감안하면 서울시 재정자립도가 17∼20%밖에 안된다고 밝혀 야담의원들의 공격을 받기도했다.
그러나 여야 공방의 내면에는 보다 깊숙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
야당은 지자제를 실시함으로써 취약한 지방조직을 활성화할 수있고 지방조직의 거점을 확보할 수있다는 속셈이 있다.
특히 서울·부산등 대도시의 지방의회가 구성될 경우 「여촌야도」라는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투표성향으로 보아 야당의 승산이 크다는 것도 계산에 담고있다.
반면 여당은 지자제실시가 정치지망생들의 배출구 역할을 할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중앙정치쟁점의 지방확산. 야당지방조직의 활성화 가능성등 불리점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선거과정의 과열과 부패가능성을 정부·여당은 우려하고 있으며. 과열선거로 인한 국론분열가능성도 조기실시를 못하는 명분으로 삼고있다.
따라서 지자제의 실시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차원뿐아니라 정치적 차원의 문제다. 지난번 협상과정에서 야당은 85년부터 실시를 요구했지만 여당은 언질을 주지않았다. 그런 점에서 내년6월까지 결판이 날는지는 아직 전망하기 어려우며 그때까지 결판이 나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할것이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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