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비리 '종합선물세트' 산은간부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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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제조업체들에 200억원을 불법 대출해주면서 라면박스로 뭉칫돈을 받는 등 4억원을 챙기고 성상납과 골프접대까지 받은 산업은행 간부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고 30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또 산업은행에 유사한 금융비리 사건이 더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에 따르면,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산업은행 시화지점 전 부지점장 김모씨(51)와 전 차장 김모씨(39) 등 2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윤모씨(43) 등 대출담당 직원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불법대출 실사를 게을리한 혐의(직무유기 등)로 산업은행 본점 실사팀 남모씨(53)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전 부지점장 김씨 등은 2003년 6월24일 업체대표 조모씨에게 산업자금 25억원을 대출해 주는 대가로 40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같은해 10월 시흥시의 한 유흥주점에서 300만원 상당의 주류와 성상납을 받은 혐의다. 이들은 또 제주의 한 골프장에서 35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는 등 2003년 1월부터 모두 18차례에 걸쳐 2억40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있다.

신문은 김 전 차장의 경우 2003년 3월 25억원을 또 다른 업체에 대출해주면서, 대가로 라면박스에 든 현금 5000만원을 받는 등 3개사로부터 20차례에 걸쳐 1억4000여만원 상당의 돈과 향응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전 부지점장 등 산업은행 간부들은 대출조건이 미흡한 업체들에 자본금 비율을 높게 하거나 분식회계를 통해 공장부지를 구입하게한 뒤 이를 시가보다 높게 책정하는 수법으로 불법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대출은 '복수심사제도' 등 심사를 거쳐 승인됐으며 그 과정에서 위규나 부당 업무처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문제가 된 직원들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 해명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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