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벌어 결혼한 시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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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어제는 나와 동갑나기 시누이가 시집을 갔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수다스러운 나에 비해 말도 별로 없고 직장생활만도 힘들텐뎨 그녀는 나를 도와 부엌일도 잘해주고 사치도 모르는 수수하기만한 시누이였다.
내가 입버릇처림 『아가씨, 옷좀 해입으세요. 멋부리는것도 한때라고요. 결혼만 해보세요. 멋이 어딨어요』라고 그녀를 부추길라 치면 『전 그런 것은 어울리지 않아서 못해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멋은 아무나 부리나요, 뭐』 라며 늘 수줍게 옷곤 했다.
난 그런 그녀의 빛바랜 스커트와 낡은 상의를 보며 속으로 촌스럽다고도 생각했고, 사고방식이 고루하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를 시집 보내고 난 내 심정은 그런것이 아니었다.
나도 시집오기 전 직장생활을 4년간 했다. 월급을 받으면 받는대로 계획성 없이 써버리곤 해서 보름이 못가 바닥이 나버리기 일쑤였다.
때문에 시집올 땐 직장을 4년씩이나 다녔으면서도 부끄럽게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려야만 했다. 아버지께선 아끼시는 황소를 두마리나 파셨고 그때문에 몇밤이나 잠을 못주무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 시누이는 월급을 꼬박꼬박 적금들었다가 결혼식 전날 부모님앞에 돈을 내놓으며 『엄마, 이건 식장비, 이건 음식값…』등 조목조목 따지면서, 『키워주신 것과 공부 가르쳐 주신 것만 해도 충분해요. 제 결혼때문에 부모님께 걱정드리고 싶지 않아요』라며 돈 한푼 못쓰게 했다.
장롱에서부터 살림도구 모두를 자기가 번돈으로 해가지고 간 그녀에게서 난 많은 것을 배웠다. 사치와 낭비는 언제나 순간의 기쁨뿐이라고, 난 친정 부모님께 말할 수없는 죄송함을 느끼고 있다. <충북청원군강서면비하2구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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